brunch

10월에 태어났지만 11월생입니다

05. 예정일과 태어난 날 모두 중요합니다

by 임용

사람들이 아기를 보면 몇 개월이냐고 묻는다. 나는 그 질문에 살짝 멈칫한다. 몇 개월로 말해야 하지 조금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른둥이에게는 두 가지 태어난 날이 있다. 태어난 날, 출산 예정일(교정일). 이른둥이들의 부모는 모두 기억해야 한다. 날짜를 기준으로 아기가 적절하게 발달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아기는 태어난 날에 맞게 발달할 수도 있고, 출산 예정일 기준으로 맞게 발달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아기의 건강부터 성장까지 두 날을 기준으로 모두 체크

두 날짜를 기준으로 삼다 보니 어려움들에 직면한다.

첫 번째 어려움은 병원이다. 아기는 태어나고 난 뒤 다양한 접종과 검진을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출산예정일에 맞추어 접종과 검진을 시켜야 하는지, 실제 태어난 날 기준으로 접종과 검진을 시작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집 근처 소아과 간호사님들에게 물어보며 어떻게 계산해야 될지 묻고 검진과 접종을 진행한다. 안전하게 출산예정일에 맞추어 접종시키고, 실제 태어난 날 기준으로 검진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두 가지 기준으로 생각하다 보니 헷갈리기 쉽다.

그리고 두 번째 어려움은 성장 체크다. 체중은 아기가 잘 성장하고 있는지를 나타내주는 기본적인 지표다. 이른둥이는 체중지표에서 두 가지 기준을 갖고 살펴본다. 태어난 날 기준, 출산예정일 기준으로 아기 체중이 정상범주에 드는지 확인해 본다. 다행히 앱에 기록만 해놓으면 태어난 날과 예정일 모두 확인가능하다. 아기 체중이 하나의 지표에만 정상범주에 들면 조금 찜찜하다. 다행히 아기의 몸무게는 두 지표에서 모두 정상범위에 속했다. 한편으로 안도되지만 이 범주안에 계속 들어야 하는 건가 싶은 마음도 든다. 두 날짜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약간 헷갈리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른둥이는 나름대로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태어난 날과 예정일의 격차는 줄어든다. 이른둥이들도 태어난 날에 맞게 성장의 과정을 밟고자 한다. 급성장할 때도 있고, 어떤 발달과정은 건너뛰는 놀라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격차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심지어 때론 늦어지는 것도 가끔은 있다.

아기들은 성장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는다. 이른둥이는 태어난 날에 맞게 성장하려고 애쓴다. 성장을 엄청나게 해야 하는 만큼 성장통도 크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특히, 이른둥이는 밖에서 많은 시간 성장한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 노출되어 불안과 급성장 속에서 아기들은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더 하는 듯하다. 크나큰 성장통으로 비명과 울음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러한 이른둥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은 기다려야 하는 과제를 받는다. 또한 아기가 겪을 고통에 공감해 주려고 애쓴다. 그 속에서 부모도 불안과 싸운다. 잘 성장하고 있지만 혹여 덜 성숙한 부분으로 인해 늦어지진 않나 더 신경도 쓰인다. 또한 엄청난 성장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어림짐작 해본다. 그러나 해줄 수 있는 것은 믿고 기다리고, 다독거려 주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 믿음과 기다림, 다독거림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른둥이만의 특성을 담아 키울 수 있다

두 가지 날을 기준은 장점이 되기도 한다.

이른둥이이기에 여유를 갖고, 넓은 기간으로 성장시기를 잡아 아기를 대할 수 있게 됐다. 아내가 말했다. 오히려 이른둥이라 마음이 편하다고. 정상적으로 태어났다면 발달과정에 맞게 꼭 해야 하는 것들을 더 꼼꼼히 챙겼을 것이다. 혹여 발달이 늦어지면 어떤 문제가 있어 늦나 싶은 마음에 스트레스를 더 받았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른둥이다 보니 두 기간을 기준으로 더 천천히 기다릴수 있다고 했다. 빠르면 출산일 기준으로 늦으면 예정일 기준으로 보며 아기의 성장을 기다려본다.

또한 아기가 우리에게 일찍 와버린 시간이 보너스 같다. 50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 출장서비스를 불렀다. 와주신 촬영 기사님들이 아기가 50일보다는 신생아에 가깝다고 했다. 그날은 아기가 출산예정일에 맞추어보면 약 10일밖에 안되었던 날이었다. 아내와 조금 더 나중에 아기가 성장한 후에 촬영을 진행할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막상 찍어보고 결과물을 보니 50일에 맞게 찍은 것도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오히려 날짜에 맞춰 찍기보다 50일에 맞게 촬영해 보니 아기가 성장해 이 사진을 보면 이른둥이라는 특성을 잘 담은 듯했다. 아기와 이르게 함께하며 남길 수 있는 이쁜 모습이었다. 이르게 왔다는 것이 오히려 보너스가 된 기분이었다. 아기와 함께 조금이지만 며칠이나마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른둥이에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은 아기와 부모로 성장하게 한다

이른둥이를 참고할만한 날짜이지만 딱 무엇에 기준을 삼을 수 있는 어떤 특정일에 기준은 없다. 실제 태어난 날과 출산 예장일 그 어디쯤에 속해 성장하고 있다 짐작해 본다.

이른둥이라서 처음에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뒤로하고, 오히려 아이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운다. 일찍 와주어서 행복한 것들도 많다. 이른둥이 양육 과정과 시간을 보너스라 받아들인다. 그리고 아기를 더 믿고, 다독거리며 기다려보기로 했다. 아기의 성장과 함께 아내와 나도 부모이자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