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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Feb 03. 2023

23년 2월 2일

28개월 26일


이사 준비로 정신 없는 나날들이다. 일기를 남기기로 약속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끝나갈 무렵, 신변에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우주가 많이 컸다. 매일 기록을 남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문득 후회스럽고 또 가끔 슬프다. 너무 빨리 큰다. 요즘은 더 많은 노래를 더 길게 부르게 되었다. 릴레이로 주고 받기도 가능하다. 너무 귀엽다. “우리 어디 갔다 왔어?”하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한다. 어디 다녀온 일이 없는 날에도, 방금 설명해줬을 때도 묻는 걸 보니 궁금해서는 아닌 것 같고. 듣고 싶은 장소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잠에 들기 전에 가장 많이 물어본다. 졸려서 더 그러는 것 같다.


설 연휴부터 그 다음 일주일까지 서방구가 통으로 쉬어서 꿀맛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 전의 일상을 잊을 정도로. 몸도 맘도 쉼을 가지다가 다시 몸을 굴리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휴가가 끝나고 돌아간 회사에 서방구의 사수는 더이상 없다. 서방구가 더 바빠진 걸 나도 느낄 수 있다. 안쓰러웠다. 그도 나도 지치는 나날이 다시 시작되었구나. 그러나 다행인 점은 내 안의 서운함이 많이 풀리고 사라져서 내 고통에서 시선을 돌려 서방구가 감내하는 고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도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들 뿐만 아니라 남편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뻗어볼 여유가 생겼다.


아마도 올해도, 우주랑 딱 붙어 지내게 될 것 같다. 아직 결과는 모르지만 엊그제 신청했던 어린이집 대기 순번이 처참하다. 기적적으로 우주 연령의 아이가 딱 7명이면 모를까. 그래도 우주랑 더 붙어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은 마음도 든다. 예쁘게 크는 우주를 눈에 더 담아야지. 그래도 9월 입소를 염두에 둬야한다. 우주가 가끔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거나 어린이랑 놀고 싶다고 말한다.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또래랑 놀아 본 경험이 우주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나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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