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14일
어린이집 때문에 기분 나쁘고 스트레스받는다. 오늘 하원하면서 우주가 차량 타기 전에 너무 울면 그냥 안 태우고 제가 데리고 가겠다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는데, 울어도 태우란다. 울어도 차 안에서 선생님이 달래주면 되고, 원에 도착해서도 그 안에서 해결하면 된다고. 자꾸 우주 하고 싶다는 대로 들어주면 떼만 느니까 그런 건 단호하게 하시라고. 네?
원장님과 했던 첫 상담 때부터 자꾸만 내가 우주를 오냐오냐 키우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게끔 말씀하시는 경향이 있었다. 우주가 등원하기 싫어서 울 때도 원장님은 억지로 떼어놓으려 했고, 주간 계획안의 공지사항에 벌써 2주째, 등원 시 빠르게 인사하고 헤어지라는 안내문이 올라온다. 적응기간 아닌가. 적응의 속도는 누구나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맞춰 가자는 말은 입발린 말이었을까?
우주는 오늘 낮잠 없이 하루를 보냈다. 그래서 더 짜증을 부린 것일 수 있겠지만 아무튼 유난히, 자기가 원하는 걸 다 하고 있으면서도 엉엉 울었다. 잠들 때까지 툭하면 울었던 것 같다. 평소 같았으면 졸려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텐데 우주가 자꾸 그러니 나도 화가 났다. 끝내 우주를 많이 혼냈다. 그러니까 자꾸만 선생님이 아까 했던 말에 걸려 넘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더 언짢았다. 고민 끝에 어린이집 선생님인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린이집이라는 데가 원래 그런 곳일 수도 있으니.
친구도 의아해했다. 절대로 문 앞이든 차량을 탈 때든 아이가 울고 불고 힘들어하는 데도 억지로 들어가라, 억지로 타라 하지 않는다고. 오히려 그럴 때는 한 템포 쉬게 하고 특히 엄마가 원치 않을 때는 더욱 시간을 주는 게 맞다고. 일단 적응 기간에는 2주나 엄마랑 함께 어린이집에 있을 수 있다고 하니 그것부터가 우리 어린이집이랑은 너무 달랐다.
친구랑 통화하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내가 틀린 게 아니다. 나는 아직 이용하지도 않는 차량비를 내고 있고 우주가 울면 차를 대기시켜 달라 말한 게 아니라 그냥 안 태우겠다고 말한 건데. 도대체 원장과 담임은 그간의 나와 우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길래 저런 말을 함부로 할까. 떼가 는다니. 우주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제 멋대로 하는 건가? 알 길은 없다. 알림장에도 이제는 개별 전달사항은 한 줄 없이 전체 복사 붙여 넣기 한 내용뿐이니.
보내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고민할 타이밍이 아니다. 우주는 천천히 어린이집 생활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올해는 아주 큰 문제가 없다면 계속 다닐 생각이다. 그래서 친구는 원에 아무 말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했다.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고, 예민한 엄마라고 낙인찍혀 좋을 건 없다고.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해코지할 만큼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애가 곱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참아야지. 참지 못할 것도 없다.
우주는 내일 노란 버스를 기쁘게 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