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11일
졸린데 잠이 안 온다. 무언가 아쉬운 건지 커피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쉬운 게 있다면 뭘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점심 먹고 친척언니네 놀러 가서 저녁도 먹고 늦은 시간까지 놀다 왔다. 우주도 즐겁고 나도 즐겁고 집에 홀로 남은 서방구까지 모두 행복한 하루였다. 그런데 무엇이 아쉽나. 가만히 앉아 머리와 마음을 정리하고 쉴 시간이 필요하다.
어제는 우주가 어린이집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다 오늘 아침에는 어린이집이 무섭지 않다며 잘 갈 수 있겠다고 갑자기 말했다. 뭔가 무서운데 엄마가 없으니 불안한가 보다. 우주는 감각이 예민해서 무섭다고 느낄만한 것들이 많다. 다른 아이들이 보통 무서워하지 않는 것도 겁을 낸다. 내가 없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얼마나 지켜봐 줘야 할까? 그것도 숙제다. 지켜봐 주면 이겨낼 수 있을까? 이겨내야만 하는 것인가, 보호해주어야 하는 것인가.
월요일 아침이 되면 다시 시작될 오열파티가 벌써 눈에 아른거린다. 에휴. 슬프다. 하지만 울고 앉아있을 시간은 없다. 어쩌면 이 선택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울 수 없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아이가 울며 들어가는 뒷모습에 나도 같이 울어버리면 개운하긴 했을까. 마음에 덩어리들이 가득 들어차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