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덟 해 동안 고생했던 나의 유치, 안녕
어금니 하나가 며칠 전부터 아파왔다. 처음엔 피곤할 때마다 그랬듯 욱신욱신 아팠는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통증이 심해져 밥을 먹기도 어렵게 됐다. 아침을 먹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날 바로 치과에 갔다.
아픈 어금니는 품은 사연이 특별하다. 총 4개의 영구치가 없는데, 두 개의 앞니는 모르고 유치를 뽑아버려 지금까지도 없이 살고 있다. 나머지 두 개는 앞니의 실수를 번복하지 않기 위해 미리 영구치 뿌리가 없음을 알고 뽑지 않았다. 그 위에 영구치 모양의 금니를 씌워주었다. 어금니 둘 중 하나가 아픈 이가 됐는데, 쓸만큼 쓰다 없애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았을 시점이었다.
자주 가는 치과의 원장님은 정직하고 친절하시다. 앞니 두 개가 없는 탓에 뾰족하게 앞으로 모아진 송곳니가 굉장한 스트레스였던 시기가 있었다. 평생을 그리 살았는데 그 땐 그게 왜 갑자기 거슬렸을까. 치열을 해결하면 조금 예뻐지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었나.
아는 동생이 근무하던 치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았는데, 나더러 교정해서 치아를 벌리고 영구치가 없는 4개의 이를 임플란트로 교체하자고 했다. 돈도 돈이지만 정말 그 큰일들을 다 치르고 나면 내 잇몸이 남아날까 싶었다.
절망에 빠진 나에게 엄마가 소개받아 다니게 된 치과를 알려주었다. 그곳이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치과다. 원장님은 들인 돈만큼 교정의 효과를 볼 수 없겠다고 했다.
그때 원장님은 금니로 덮은 두 이를 잘 간수해서 쓰는데 까지 쓰자고 했다. 그래서 나름 양치할 때 치간칫솔도 빼놓지 않고 사용하는 노력까지 했는데. 그래도 28년은 무리였나보다.
엑스레이 촬영 후에 원장님은 차분하게 설명하셨다.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금니를 벗기고 이를 다 갉아내서 치료하는 데까지 해보고 남은 뿌리에 뭔가를 연결하는 방법. 하나는 그냥 이를 다 뽑아버리는 방법. 그러면 유치 양쪽에 있는 이에 걸어 가짜이를 만들어야 해요. 눈물이 핑 돌았다. 대답도 잘 나오지 않았다. 사실 원래부터 없던 이나 다름 없는데. 연인과 헤어질 때 마냥 슬픔이 밀려왔다. 상실감도 컸다.
자꾸만 눈물을 흘리니 원장님은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끝까지 치료 해보겠다 하셨다. 다행히 신경줄을 잘 찾아내서 경과가 좋다는 소견이었는데, 그게 왜 다행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행이라니 다행이었다.
다른 치아와 다르게 지금까지 나의 일생과 함께했던 친구라고 생각하니 고마웠다. 고마워하니 슬픔이 조금 가셨다. 인생이란 이렇게 시간이 갈 수록 무언가를 보내고 잃는 것일텐데, 그리고 결국엔 나 조차도 잃는 것인데, 이리도 마음이 약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잘 보내주어야지.
고마웠어. 그리고 고생 많았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