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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화 그만두기

by 마이문

잘 가지 않는 동네에 보건증을 떼러 나왔다가 들어가보고 싶은 카페가 있어 그 앞에 서서 한참 고민했다. 한시간만 놀자, 하고 들어온 카페에서 갑자기 생각난 문장.



우리는 소비에 관해
굉장히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



카페에 들어올까 말까 고민하던 순간부터 들어오기로 결정하고 음료를 정하고 자리를 고르던 나를 가만히 뜯어보다가 생각이 났다. 내가 정작 하고 싶었던 말보다는 너무 추상적이어서 조금 바꿔보았다.



우리는 소비하며
높은 만족감을 기대한다.



높은 만족감? 그게 무슨 말이지.. 쓰고도 모르겠다. 만족감은 만족감인데 왜 높다고 표현하고 싶었을까. 아무래도 카페에 들어오면서 생각했던 여러가지 요소들이 ‘모두’ 만족스럽길 바랬던 것 같다.



우리는 소비라는 행위에 대해
다방면으로 만족하기를 원한다.



이상하다. 좀 더 풀어 쓴 듯 한데 더 이상하다. 그래서 다방면이 무엇인가 파헤쳐보았다. 카페에 들어오며 생각했던 많은 요소들을 하나하나 나열해보니 고작 음료하나 사먹으며 기대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우리’라는 문장으로 묶기에는 내가 유독 더 까탈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 ‘우리’를 버리자. 그리고 다방면을 풀어보자.



처음 가는 카페를 골라
커피 한 잔을 먹는다 하더라도
참 많은 요소를 따지고 만족하길 원한다.

카페에서 풍기는 향기,
흐르는 음악, 좌석의 밀도,
테이블과 의자의 높낮이,
편안함의 정도, 사장님의 인상,
조도, 음료의 맛까지.

모든 항목에 대하여 까다로운 검열을
거친 후에야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 참 잘 골랐다.



그러고 나니 내가 감히 ‘우리’로 묶은 불특정 다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 가셨다. 나만 그런건 나만 그런걸로 남겨두자. 오천원의 까탈을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어 이 정도는 평범한 정도라고 위안삼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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