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다시 보고 싶은 순간들.
제주로 함께 떠나온 친구들은 나까지 4명, 고등학교 3년 내내 붙어다닌 친구들이다. 그러니까 올해로 대략 13년지기가 된 사이. 제일 편하고 좋은 모임을 택하라면 주저 없이 나는 이번 여행에 함께 한 이 친구들을 이야기하곤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아주 체계적이고 깔끔하게 모여 출발했다. 서울의 두 친구는 김포에서 그리고 대전에 사는 나와 또 다른 친구는 청주에서. 똑같이 10:55 비행기에 몸을 싣고 제주에서 만났다!
제주 여행을 떠나오며 머릿 속을 가득 메운 생각은, 난 이번 여행에 어떤 역할을 맡아야하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이 여행을 추진한 친구도 있고 계획을 맡은 친구 그리고 계획을 위해 아이디어를 많이 털어준(?) 친구도 있었다. 나는 면허 딴지 1년도 안되어 운전에 도움을 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자리는 일단 조수석. 지도와 음악을 검색하고 운전자를 보조하는 일을 해야겠다! 그렇게 마음 먹었더니 조금 짐이 덜어지는 듯 했다.
이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점심식사는 새우리에서였다. 간단히 딱새우김밥 두팩을 사들고(테이크아웃 전문점이었다,) 경치 좋은 곳으로 이동해 먹을 계획이었으나, 가는 길에 모두 먹어버렸다. 솔솔 새어나오는 김밥 냄새를 어찌 참을 수 있으리.
가는 길에 애월 쪽을 지나쳐볼 계획이었다. 밥도 이미 해치웠으니, 맛난 커피를 먹어보자 하고 폭풍검색을 시작. 역시 안목 있는 친구의 선택으로 너-무 멋진 카페에 도착했다.
깔끔한 패턴의 스테인드 글라스 덕분에 그렇게 밝고 뜨겁던 외부의 빛이 차단되어 은은하고 차분한 공간으로 금방 순간이동한 듯, 카페 내부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각각 쟁반에는 미리 시럽과 빈 컵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앉은 자리에서 이동 없이 커피만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배려 받는 기분이었다.
두통이 약간 있어서 커피를 먹고는 싶지만 달달하게 먹고 싶었던 나는 시럽을 달라고 해도 괜찮은가 한참 고민했는데, 내 쟁반엔 이미 시럽 담긴 예쁜 컵이 놓여있었고 심지어 물을 마시고 싶을 때는 이동할 필요 없이 테이블에 놓인 물을 내 잔에 따라 마시면 되었다. 감동에 또 감동.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한 명 뿐이어서 자리가 10개 정도 되는 작은 공간에 무리없이 앉아 쉴 수 있었지만 이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그 또한 참 감사한 행운이었다.
체크인 시간까지 적당히 보내고, 예쁜 제주의 도로를 한시간 넘게 달리고 달려 숙소에 도착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빌린 독채민박. 설레는 돌담길을 따라 3분 정도 걸어 들어가니, 가장 안쪽에 우리의 제주 4일을 지낼 집이 보였다.
누군가 오래 살았던 집을 리모델링 한 듯한 내부. 옛날 시골 할머니 집을 연상케 하는 외관과 깔끔하게 정돈된 내부의 인테리어가 마음에 쏙 들었다. 친구들은 아직도 힘들어 하지만, 나는 밖에 따로 딸려있어 굉장히 뜨겁게 달궈진 화장실과 샤워실도 맘에 든다. 햇빛에 달궈진 터라 습하다기 보다는 건식 사우나에 들어간 기분이라서 목욕탕 체험이 가능하다. 시원하게 샤워하고 후끈후끈한 샤워실 안에서 옷도 갈아입고 머리도 말리는 짧은 시간을 찜질한다 생각하면서 즐겼다.
집을 둘러싼 돌담과 제주에서 자주 보이는 수목들이 어우러진 360도 풍경. 그리고 센스있는 노란 알전구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감동적인 숙소.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풍경에 빠져드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는 건 꽤나 따뜻한 일이다. 물회와 죽을 포장해온 식당 앞에서 풍경도 덤으로 얻었다. 잠깐의 행복을 만끽하고 식량을 찾아 마트에도 들른 후 본격적으로 저녁 만찬을 시작했다.
긁어도 긁어도 전복이 또 나오는 기적을 맛본 우리는 소리없이 10분 만에 포식. 물회 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니 그것도 참 꿀맛이었다.
차례차례 샤워를 마치고 과자와 맥주 그리고 막창과 닭발을 먹으며 또 끊임 없는 수다를 떨었다. 오늘은 첫날이니 여기까지. 내일의 여행에도 작은 기쁨이 가득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