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이제 중반을 넘어!

23주차에 처음 쓰는 임신일기

by 마이문

2019를 보내는 연말과 2020을 맞이하던 연초, 베트남부터 거제도까지 2주간 열심히 여행을 다녔다. 코로나 시국에 돌이켜보면 참 감사한 여정. 뱃속에 생명이 자라나기 시작한 줄도 모른 채로 그야말로 빨빨 거리며 이곳 저곳을 누비던 연말연초였다.


내 생에 첫 임신에는 태교여행이란 없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허허. 코로나를 떠올리면 헛웃음이 나지만 그렇다고 불평만 하기에는 아쉬운 시간들이 흘러 나는 오늘도 집에서 눕고 싶을 때 눕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는 일상에 감사하고 있다.


입덧은 꼭 교과서처럼 진행되었다가 사라졌다. 임신을 알게 된 것은 6주차였고, 5일 후 쯤 입덧이 시작되었다가 19주차에 ‘아! 이제 끝인 것 같아!’ 라고 외쳤으니. 입덧이 끝난 줄 알고 무리했던 시기에 겹친 몸살과 장염으로 했던 구토 말고는 토덧은 없었다. 냄새에 한껏 예민해져 구역질을 얻었지만 토하는 다른 임신부들에 비하면 아주 무난한 입덧 시기를 보냈다.


그렇다고 난 아주 괜찮다고 말하기가 쉽지는 않았는데, 온갖 냄새에 예민하게 구는 일 또한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음식 냄새, 특히 참기름과 밥짓는 냄새 그리고 냉장고 냄새, 샴푸를 비롯한 각종 향을 가진 모든 것에 반응하는 구역질. 공간 안에 정체된 공기를 견디지 못하는 숨. 가까운 이들의 체취도 역겨울 때가 많았다.


체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온몸에서 순식간에 빠져나간 듯한 기분도 적응하기 어려웠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행지에서 날아다니던 나였는데. 브런치에 주수별로 기록을 남기고 싶었으나 생각을 떠올리고 손가락으로 타이핑을 치는 일 조차 할 수 없었다. 활자에도 구역질이 났기 때문인데, 그때문에 책 읽는 낭만적인 임신생활도 불가능했다.


‘이거 도대체 언제 끝나는거야. 끝나긴 끝나는 건가.’를 마음 속으로 수만번 외치고 나니,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민한 코 때문에 시작하게 된 노푸(NO-shamPOO)도 이제 찾지 않을 만큼 멀쩡해졌다.


임신 초기에는 매일매일 불안했다. 아기가 이 험한 나의 몸 속에서 과연 제대로 둥지를 틀어 자라날 수 있을까. 잘 살아있는건가. 근데 정말 몸 속에 생명체가 공존한다고? 나중에 점점 자라나서 배를 밀고 커진다고? 그리고 그게 몸 밖으로 나온다고?


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할 때는 많이 안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불안하고, 아기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나서는 과연 출산이라는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불안했다. 후기를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고 임신 동기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전우애를 충전하기도 했다.


괜히 긴장되던 1,2차 기형아검사와 정밀초음파까지 무사히 지나간 지금, 주말부부로 살던 지난 10개월간의 삶을 청산하고 본거지를 옮겨 새로 시작된 일상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아기는 내가 컨디션이 좋은 날에도 그렇지 않은 날에도 수시로 배를 뻥뻥 차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그 덕분에 아기의 안위는 매일 몸으로 느끼며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23주간 겪어본 임신이란 불안과 기대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일이다. 아기의 안전에 관한 불안은 물론이고 내 몸과 정신에 대한 확실한 신뢰가 부족해서 불안이 올 때도 있다. 임신 기간을 제대로 버틸 수 있을지, 출산이라는 인생 최대 과업을 도대체 나라는 사람이 이뤄낼 수 있는 것인지. 당장에 하루 걸러 하루 찾아오는 컨디션 난조에도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리는데, 이런 몸으로도 완주가 가능한 여정일지.


그러나 불안한 만큼 기대를 그리는 그림 또한 그 크기가 상당하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서 아기의 얼굴을 태어나기도 전에 예측해볼 수 있는 방법이 생겼대도 실물로 내 눈 앞에, 나의 품에 아기가 안기는 순간의 벅차오름을 미리 맛보기란 어려울거다. 세상에 없던 생명체가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고, 커 가면서 겪는 모든 시간에 내가 함께 하는 상상은 마음을 막 부풀게 한다. 그래서 불안 또한 이겨내어 나를 다시 엄마로 일어서도록 몸과 마음을 부추긴다.


임신은 나에게는 적어도 세계의 확장이다. 결혼 역시 그러했으나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게 되는 이 기다림의 여정은 둘이 하나가 되는 것과 사뭇 다르다. 어디로 점점 커질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이 아이 덕분에 나와 신랑 우리 가족이 밟고 서있는 세계가 확장될 거란 사실.


기대하고 기다린다 아가야, 우리의 사랑 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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