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해보니 눈에 들어오는 것들.

50일, 육아의 한복판에서.

by 마이문

기다리던 50일이 지나간다. 시간이 흐른다.

출산의 고통과 마찬가지로 육아의 고됨도 잠에서 깨어나면 기억이 잘 안난다. 내가 낳은 이 작은 생명체가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말도 안되는 스케줄로 젖을 물렸던것 같은데 그게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생각이 나질 않으니.



육아의 한복판에 들어와보니 그간 들었던 말이 과장은 아니었구나 싶다. 육아로 지친 친구에게 ‘아기 잘때 너도 같이 자~’ 라고 했었는데 이게 얼마나 되도 않은 말이었는지도 알게 됐다. 참 미안하다 친구야.......

일상이 단조롭거나 외출의 부재로인한 답답함 때문에 육아를 힘들어하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마음이라도 덜 힘들게 해내볼까 이것저것 고민했는데, 와장창. 다 틀렸다.



어려움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데려온 신생아는 할 줄 아는게 먹고 자고 싸고 우는 일 밖에 없다. 그중에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우는 일 뿐. 매일 하루에도 몇번씩 울음 소리를 들으며 뭘 원하는지 알아차려야만 한다. 어쩔때는 끝까지 못찾아내서 부둥켜 안고 같이 울어야하기도 하고.

말로 하니 굉장히 간단해 보이는데, 누가 우는걸 지켜보는 일이 심리적 데미지가 굉장하구나를 다시금 깨우쳤다. 게다가 그 존재는 내가 낳아놓은 생명체. 자꾸만 괜히 낳아서 이 작은 생명에게 고생만 시키는게 아닌가 하는 맘이 콕콕 가슴을 찌른다.

모르는게 너무 많아 검색과 육아 선배와의 카톡을 놓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것 같으면 그게 정상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입증할 때까지 계속 찾아다닌다. 그러니 애엄마들은 전우애로 똘똘 뭉칠 수밖에 없다. 옛날엔 관계가 별로였던 언니들끼리 엄마가 되고는 엄청나게 가까워지는 모습을 종종 보며 의아했는데, 왜 그런지 명확히 알겠다.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그리고 해봐서 보낼 수 있는 확실한 응원과 조언이 이 전쟁터에서는 제일 큰 위로와 힘이 되니까. 나도 또한 가까워지고 감사를 느끼는 관계들이 많아졌다.

그렇게 30일이 지나면 아기의 울음소리가 다양해진다. 울음소리로 구분해낸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그리고 아기의 몸이 자라고 살도 붙고, 아기를 만지기가 덜 부담스러워서 약간 안심이 되기 시작한다. 그말인 즉슨 아기는 점점 무거워진다.

무겁고도 작은 생명체는 도무지 품에서 벗어나는 법을 모른다. 아기가 잘때 엄마도 자야한다는 말이 부질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아기가 잠들었다는 건 방금 식사를 마쳤고 소화를 시켜야하며 뉘어놓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아기의 식도와 위는 아직 열고 닫히는 문이 제대로 생기지 못해서 최소 30분은 세워 안고 소화가 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런 후에 뉘어놓아 잘 자면 그 아기는 아주 천사. 보통은 깨버리기 때문에 그냥 안고 있다. 자고 싶으면 품에 안고 앉아서 자야한다. 호르몬 때문에 늘어난 몸의 마디마디가 뽀사지는 소리가 들린다. 거기에 ‘안겨서 자려는 아기 괜찮은가요?’ 내지는 ‘수면교육 언제부터 하나요?’ 라는 식의 폭풍 검색도 추가.

우주의 수유텀이 1시간~1시간 반이었을때는 거의 수유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유텀이라 함은 수유 시작 시간 부터 계산이 되기 때문에.

그래서 엄마는 아무것도 본인을 위해 할 수 있는게 없다. (오늘은 화장실도 안고 다녀왔다... 미안 우주야..) 엄마들이 왜이렇게 인스타에 사진을 폭풍 업댓하나 했는데, 아기가 예쁘고 아기랑만 붙어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그것 말고는 할게 없다. 아니면,, 인터넷 쇼핑...? (옷을 결혼 이후 단기간에 제일 많이 샀다 하하)

신랑이 정말 도움이 안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것도 사실이었다. 신랑이 나쁜 맘을 먹고 안도와주려고 하는게 아닌데도 그렇다. 도와주려고 뭐라도 해보려고 하면 그게 더 도움이 안된다. 그냥 밤수때 같이 일어나 말동무가 되어준다거나 내가 수유를 마치고 바로 잠잘 수 있도록 트림시키고 아기를 안아재워주는 정도만 해도 아주 감사. 그러나 밤수가 세번이라고 치면 남편이 잠에서 제대로 깨는 횟수는 한번도 안된다. 눈을 뜨지만 뜬게 아닌 상태로 잠꼬대 하다 다시 꿈나라로. 아무래도 먹이는 주체가 아니다 보니 마음에 부담이 없어서 눈이 안떠지나보다. (그래도 그게 며칠 쌓이면 화가나는데, 화가 폭발할 때 쯤 월요일이 되어 출장을 떠난다 ^^)





지난주부터 바빠진 엄마의 스케줄 덕분에 나는 레알 본격 육아의 세계로 들어갔다. 고요한 집에 우주와 둘이 보내는 하루. 그나마 이제 수유텀이 평균 2시간 반이 되어 가슴팍에 우주를 올려두고 이렇게 포스팅도 하고 카톡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우주의 안위에 대한 걱정과 수면 부족으로 나는 날로 예민해지고 있다. 아기에 대한 어떤 조언들에 쉽게 날카로와지고 힘듦을 토로할 때 거부당하거나 적당한 위로라도 듣지 못하면 굉장한 상처를 입는다. 그래도 예민함으로 누군가를 찌르지 않기 위해 다시 또 다시 마음을 다독이고 기도한다.

오늘은 뜻밖에 굉장한 깨달음을 얻었다. 육아를 힘들게 했던건 우주와 분리되고 싶은 마음이구나. 우주와 한 몸이라는 걸 인정하니 좀 맘이 편해졌다. 말도 안되는 바램을 가지고 있었구나. 허허. 낳아 놓아 탯줄이 없어졌어도 우리는 한 몸.

힘내보자 우주야. 너의 웃음과 옹알옹알 목소리가 내 비타민이야.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 너무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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