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나게 하자

문서 만드는 이야기 1

by 마이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살림의 가장 큰 특징은 안 하면 티 나고 한 건 티가 안 난다는 점. 정신없이 어질러진 집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쌓인 빨랫감과 설거지 거리는 눈에 띄지만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놓여 있고 먼지가 없는 집은 당연하고 옷장에 걸린 옷과 찬장에 들어간 그릇은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티 내기로 했다. 집에서 대체 뭘 하길래 하루 종일 바쁜지 눈에 보이는 곳에 기록하기로 했다. 같이 사는 사람에게 티 내고 싶었고, 나 자신에게 티 내고 싶었고, 나아가 사람들에게도 티 낼 수 있기를 바랐다.


어떤 형태로 티 내볼까 하는 질문을 오래 묵혔다. 처음에 떠올린 것은 기록의 형태가 아니었다. 티셔츠를 만들까, 살림 도구들에 로고를 붙일까. 내가 바로 살림하는 사람이다! 눈에 보이는 슬로건을 만들까. 그러다 요즘 떠오른 영감에 대해 많이 나누고 있는 사촌동생 유라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전해주었다! 혹시 홈키파 굿즈를 만들게 된다면, 포도알 스티커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오 마이 갓. 완전히 내가 가야 할 방향이었다. 지금은 홈키파의 정신이 담긴 메시지를 풀어낼 단계가 아니다. 살림에 녹아드는 도구가 필요하다. 포도알 스티커는 눈에 띄기도 하고 기록도 된다. 같이 사는 이에게, 나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티 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포도알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포도알은 일단 떠올리면 귀여운 느낌이 먼저 드는데, 나는 좀 더 문서의 느낌을 내고 싶었다. 살림을 각 잡고 하고 싶었달까. 회사에서 일하듯, 살림도 진지하게 하고 싶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더 다루고 싶다.)


그래서 문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왕년에 좀 다루던 인디자인을 오랜만에 열었다.








(문서 만드는 이야기 2에서 계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