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만드는 이야기 2
문서의 세부사항을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의식처럼 행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있다. 바로 디자인 틀을 잡는 것. 타이틀과 표의 서체 그리고 색상을 정해 어떤 내용을 넣더라도 레고처럼 빼고 더하기가 쉬운 틀을 만들어두고 싶었다.
좋아하는 편집 디자인 스타일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타이틀에 볼드한 서체를 사용해서 타이포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디자인이다. 두 번째는 완전히 색상을 배제하고 검은색만을 사용해 깔끔하게 정돈하는 디자인이다. 마지막으로는 손글씨. 자 없이 대충 그은 줄과 나의 삐뚤빼뚤한 글씨가 온전히 담긴 디자인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게 많아서 늘 탈이다. 홈키파 문서 디자인을 풀어나가는데 취향이 걸림돌이 될 줄이야. 한 가지만 좋아하면 그대로 하면 될 텐데.
고민이 많을 때는 생각만 하고 몸을 움직이지 않는 편이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실물을 봐도 모자랄 시간에 머릿속에서만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뭐든 해봐야 제대로 알게 되는 법! 생각만 하던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고 인디자인을 열었다.
좋아하는 스타일 중 가장 첫 번째의 디자인을 시도해보았다. 볼드한 이탤릭 체를 사용해 타이틀을 만드는 스타일은 어디에든 간편하게 적용시킬 수 있어서 좋다. 편집 디자인은 계속해서 제목과 본문에 위계를 없애는 추세로 가고 있지만 여전히 매체나 광고에서는 타이틀을 강조하는 스타일이 잘 먹히고 있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겠지.
표 디자인도 만만치 않게 고민이 되었다. 편집디자인 일을 할 때는 양쪽이 트인 표 디자인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서 시도해보았는데 영 느낌이 나지 않았다. 기왕 '레고처럼'이라는 목표가 있으니 블록의 느낌을 내보자 싶어서 표 대신 사각형을 나열하고 제목에도 블록을 넣어주었다. 아, 너무 억지스러워서 테스트 인쇄도 해보고 싶지 않았다. 이 날은 얼른 컴퓨터를 껐던 것 같다.
(문서 만드는 이야기 3에서 계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