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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이오 Jul 25. 2018

로디를 좋아한 그녀

애디.. 로디.. 그리고 아깽이.

27개월의 유정. 이맘때의 애기들은 모두 뽀로로의 광팬이다. 대부분은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조금 달랐다.

애디!! 애디!!


연신 애디를 외치던 그녀는 급기야 로디를 일위로 올려놓고야 만다. 덕분에 올해 어린이날은 로디를 구하기 위해 이마트를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었다. 하지만 웬걸..? 뽀로로, 크롱, 루피, 패티 얘네들은 많은데 유독 로디는 보이질 않았다. 왜 로디는 없는 것인가.. 캐릭터 제작이 어려운 모델도 아닌듯한데.. 하여튼 로디는 없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지 않은가. 인터넷을 뒤져 겨우 한 개를 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린이날은 지난 후였고, 그 쪼그만 물건은 자신의 몸값만큼이나 되는 배송비를 붙인 채 자신을 허락했다.

이유를 알 순 없지만 그녀는 지금까지도 유독 로디를 좋아한다. 애디와 함께 그녀가 사랑하는 최애 캐릭터이다. 아마 아깽이도 로디나 애디와 비슷해서 이렇듯 매달리는 건 아닐까?  한 번은 그림을 그려달라고 크레용과 스케치북을 들고 오길래 나는 뽀로로를 그려주기 위해 동그라미를 쳤다.


그 순간 그녀는...


"로디다!! 로디!!"


그녀에겐 동그라미도 로디로 보이나 보다. 그래서 바로 이어지는 삼각형의 귀.. 뽀로로로 시작된 그림이 로디가 되어서 끝이 난다.  왜 이렇게 그녀는 로디를 좋아하게 된 것일까?  


뽀로로 4기 22화 로디의 소원


애디는 로디가 깨우는 바람에 일어서다 서로 머리를 부딪혀 혹이 난다. 로디는 아픈 게 뭐냐고 묻는다. 로봇이라 오감이 없어서이겠지. 로디는 애디의 기침이나 추위, 그리고 친구들이 먹는 맛있는 음식도 모두 알 수가 없다. 그 모든 게 부럽고, 친구들의 감정과 기분을 무척이나 공감하고 싶어 한다.


그날 밤 로디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되고, 아침에 일어난 로디는 친구들과 같은 모습에 무척이나 기뻐한다. 머리를 부딪혀 나온 혹이나, 추위에 나오는 재채기에 기뻐하는 로디를 보면서 나 역시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행복은 그렇게 비싸지 않다.


 흠.. 다시 생각해보니 그 많은 뽀로로의 이야기 중 나 역시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하구나.


그리곤 다 같이 간 물놀이.. 로디는 물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는 습관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다. 하지만 만능 튜브가 고장이 나고 물에 빠지게 된 애디.. 로디는 그 순간, 그 전의 모든 생각은 잊고 애디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온 힘을 다해 수영을 해서 애디를 구하게 된다. 깨어난 로디는 "애디가 큰일 나는 줄 알고.."라며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선 나도 울컥했다. 아 창피하군.. 여하튼 그날 이후로 유정이는 로디를 연신 외치며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로디 장난감은 정말 찾기가 어렵다. 아니 내가 검색해본 봐론 단 한 개뿐이다. 좋은 캐릭터인데 왜 그런진 모르겠군.


야옹아!!... 야옹아~.. 이쁘. 다..


오늘도 유정이는 하루 한번 나의 중재로 아깽이를 만난다. 동물을 사랑하게 된 유정, 아마 그녀의 심성에 도움이 될 꺼라 믿는다. 과학적으로도 동물과 함께하는 애기들의 사회성과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얘길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오늘도 아깽이는 어느 정도 마음의 문을 열고 그녀에게 등을 허락했다.


로디야 애디야 유정이와 아깽이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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