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두드리는 빗소리가 창가에 스치면,
비온 뒤 흙 냄새를 품은 바람이 흩어 불어오면,
솔잎 끝에 비친 햇살이 눈가를 간지럽히면,
봄인가 그대인가.
희망을 주는 글을 읽고,
미소가 담긴 음악을 듣고,
달그닥 찻잔을 내려 놓으면,
환영의 장난인가 시간의 환영인가.
내가 시간을 용서할 수는 없어도
시간이 나를 보듬어 주듯이
내 스무살의 날들이 용서받을 수 없더라도
풋풋했던 첫사랑의 이름으로
의연히 기억할 수 있게
다시는 그때의 나도, 그대도 될 수 없음에
지난날의 선택들이 더이상 불안하게 하지 않기를
지난날의 실수들을 반복하여 불행하게 하지 않기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들 앞에서
따뜻한 노래 한곡 들려줄 수 있기를
그래도,
다시 없을 만큼
사랑했음을 서로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