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을 넘지 못하는 낭만
꽃 선물은 줄때에만 의미가 있는 '가성비 낮은' 선물 이라고 여겨왔다.
아내의 연주회에 참석하는 길 분주히 포장되어지는 꽃다발을 보면서도 '곧 시들어 사라질 꽃이 참 비싸기도 하다'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공연이 끝나고 '사진찍기' 의 용도가 끝난 꽃이 집에 오자마자 팽개쳐지고 식탁위에 덩그러니 놓인 모습이 쓸쓸하다. 건네지고 사진 찍히고 곧 잊혀지고 마는 꽃의 운명이 안쓰러 잠시 고민하다가 꽃다발의 포장을 풀고 꽃을 분류했다.
핑크장미와 백장미, 그리고 안개꽃으로 묶인 꽃다발은 내 손에서 해체되고 같은 종끼리 서로 구분되어졌다.
장미에 붙은 잔 이파리 들은 가위로 정리하고 꽃들은 포장에 쓰인 끈으로 묶었다.
그리고 서재에 걸려 있는 작은 액자를 내린 자리에 묶은 꽃 세 다발을 거꾸로 걸었다.
분주한 출근길 아침에 이리저리 뚱땅거리고 급히 집을 나섰다.
임신한 아내는 안정을 취해야 함에도 공연준비에 무리를 하다가 결국 공연후에 긴장이 풀리자마자 병이 나 앓아 누웠다. 눈을 뜬 아내의 눈에 꽃이 한번 더 제 역할을 해주었으면 싶었다.
뒤늦게 일어나서 방을 본 아내는 사진을 찍어 올리며 연신 기뻐했다. 언제 이런걸 다 배웠냐며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전까지 늘 아내의 공연 앞에서 꽃과 케익을 두고 고민하다 케익을 선택했었다.
낭만은 늘 실용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제사 조금은 꽃을 선물하는 마음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