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 멤버도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영화 디센던트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캐릭터는 큰 딸 알렉산드라의 남자친구 시드였다. 초반에는 그저 버릇없고 막 나가는 망나니 정도로 보였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이 위태한(?) 가족의 구심점이 되어준다. 사춘기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아빠에게 조언을 건네기도 하고, 아빠가 곤란한 상황에서는 두 딸들을 데리고 자리를 피해주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인어른이 사위를 책망할 때 함께 분해하는 시드를 보며 이 가족과 연대감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그런 장면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나는 시드가 이 가족의 객원 멤버가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우리 가족에게도 시드처럼 객원 멤버가 있다. 벌써 동생과 어언 15년에 가까운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외계인이다. (물론 그녀에게도 실명이 있지만, 그녀의 오랜 별명이라 우리 가족 모두 외계인이라고 부른다.) 동생이 심각한집순이인지라 대개 토요일이면 그녀가 동생을 만나러 우리 집에 온다. 그렇게 하루, 이틀 만나는 날들이 많아지다 보니 이제는 가족들 모두 토요일이 되면 내심 그녀를 기다린다. 손이 큰 엄마는 찜이나 탕 요리를 할 때면, 부러 그녀가 오는 날에 맞추기도 한다. 워낙 엄마의 음식 솜씨를 칭찬하는 리액션이 남다른 데다가, 평소 부실한 식사를 하는 그녀에게 맛있는 걸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처음 집을 오갈 때만 해도 그저 동생의 절친이었는데, 이제는 외지에 있다가 주말을 맞아 집에 오는 토요일의 딸 같은 느낌이다. 우리 가족과 이토록 가까워진 것은 시간과 밥 정, 그리고 그녀의 넉살과 붙임성이 한몫한 것 같다. 외계인의 어머니께서 귀농하시면, 우리 집에서 하숙을 시켜달라고 할 정도의 너스레를 떠는 친구니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가 남다른 귀를 가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분명 동생과 놀러 오는 동생의 친구인데, 그녀는 늘 우리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사뭇 진지하게 들어준다. 엄마든, 동생이든 그녀를 붙잡고 별거 아닌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부터 한 주간의 일상에 대해서 늘어놓는다. 때로는 고민이나 걱정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그녀는 언제나 폭풍 공감을 먼저 해주고, 조심스레 나름의 조언을 덧붙인다. 가족은 참 어렵다.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멀면 먼 대로.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가족이지만, 동시에 가장 근원적인 상처가 만들어지는 곳도 가족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덜 상처 주고 좀 더 사랑하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외계인에게서 그 해답을 어렴풋이 엿본다. 우리가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거라는 착각을 버리고, 가족이라면 응당 이렇게 해주어야 한다는 당연함을 버린다. 하여 미안한 것은 미안하다, 고마운 것은 고맙다고 표현해야 한다. 상대가 입을 앙 다물어 버리지 않게, 그리고 저마다의 언어를 나의 언어로 곡해하지 않도록 먼저 듣고 나중에 말한다. 그녀가 우리 가족을 대하는 방식으로 서로를 대한다면 우린 좀 더 다정한 가족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도. 그렇게 가족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