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겨울날과 같던 일상적인 오후를 보내고 집에 들어와 앉습니다. 무심코 추위에 고생한 발을 봅니다. 발가락을 몇 번 까딱거려 봅니다. 그러더니 스마트폰을 들고 이런 메모를 합니다.
'발가락이 움직인다. 살아있다. 나는 살아있다. 그런데 궁금하다.
아무도 내가 살아있다는 걸 모르는데도, 살아있다 할 수 있는 건가?
누구에게도 인식되지 않는 존재가 존재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걸까?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는데도, 그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일까?
살아있고 싶다.'
'살아있고 싶다.'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지난 시간 속에서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순간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모색해 봅니다. 하지만 낭비되어버린 과거와 무력한 현재에서 존재를 증명할 길이 당장은 없습니다. 그리고 미래는 아직입니다.
그렇게 애먼 발가락만 애석히 여기는 동안 맨발을 꺼내도 시리지 않을 봄이 됩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려면 물론 맨손이 좋습니다. 터치니까요. 아무튼 이리저리 봄 공기에 싸여 휘적휘적 돌아다니다 문득, 어느 순간에 머물러 마음에 담고픈 또 다른 존재 앞에 섭니다. 그리고 생각이 떠오릅니다.
'다른 존재의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 곧 자신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존재의 증명'은 마음의 시선이 존재에 머물렀던 순간들의 기록입니다. 이 순간들의 기록은 시간에게 우리가 존재했음을 서로가 증명해 주려는, 일련의 노력입니다. 내가 존재했었고 또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려는 일종의 외침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미래에 온전히 존재하려는 시도입니다.
거창한 목적은 없습니다. 단지 기록함으로 존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메아리를 기다립니다. 누군가 역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