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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 백 Aug 28. 2018

서치 Searching, 2018

SNS와 우리, 그 삶에 대하여







감상 후기(브런치 무비 패스) - 서치 Searching , 2018

미스터리/스릴러/드라마 | 미국 | 102분 | (감독) 아니시 샤간티 | (주연) 존 조, 데브라 메싱, 이미지 출처 : Daum 영화



#1 영화 <서치>의 줄거리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한 도시인 산호세. 여기에 행복한 한 가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족의 기억을 더듬어 가다 보니, 행복 뒤에 숨겨진 빈 공간이 나타납니다. 어느 평범한 날, 딸인 마고(Margot)는 친구 집에서 과제를 한다고 아버지와 연락을 합니다. 그날 밤, 아버지인 데이비드 김(킴?)이 깊이 잠든 시각. 마고는 부재중 전화 3통을 남긴 채, 사라집니다. 다음날 평소와 같은 아침이 아님을 깨닫게 된 데이비드 김은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나섭니다. 온라인 속으로...



#2 볼만한 가에 대하여

독특하다고 알려진 연출 방식이 ‘특별히’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이야기 흐름도 잔잔한 편입니다. 하지만 ‘상당히 잘 짜진 각본’과 ‘친절한 이야기 전개’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속도감과 리듬감이 지루함 없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 SNS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입니다.




다음 단서부터는 영화의 내용이 조금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에 따라서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 Daum 영화



#3 분석보다는 생각 

영화 <서치>는 설명이 필요한 영화가 아닙니다. 하지만 생각할 거리는 충분히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영화에 대한 분석이 아닌 영화가 '반영'하고 있는 것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서치>의 전개 방식을 따라서 그에 대한 정보와 생각들을 일종의 '단서'처럼 분절적으로 제시해 보았습니다. 이유는 독자가 읽고 싶은 단서를 골라 읽는 재미를 갖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이 영화의 후기로는 분절적인 글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실험정신 때문이기도 합니다.



#4 90년대의 통신음

영화는 이야기 전개의 핵심이자 주제인 디지털 세상으로의 진입 표현하고 싶었는지, 천리안, 나우누리 등을 떠올리게 하는, 90년대 후반의 ‘인터넷 통신 연결음’ 같은 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런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감독이 비교적 젊은 신예(1991년 생)라고 들었기 때문에 조금 의아했습니다. ‘새로운 연출’을 내세우는 영화에서 ‘철 지난 효과음’을 사용한 것이 다소 실망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어떤 의도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5 윈도(Window)

그리고 윈도(Window : 컴퓨터 표시 화면을 공유하면서 동작하는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화면에 정보를 출력할 수 있도록 할당된 사각형의 영역)가 켜집니다. 이제는 창문을 닮아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창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상 세계의 창문이지만 우리는 그 창문을 통해 또 다른 현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비좁은 현실에 압살 당하지 않도록 해주는 일종의 탈출구이자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이 시작되는 입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우리는 새로운 관계를 서로에게 선물합니다. 현실 속의 답답함을 시원하게 환기시켜주는 창문입니다.



#6 매체에 저장된 기록 = 증명 도구, 보조자, 공감자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행복감 가득한 한 가족들의 모습을, 여러 가지 매체에 담긴 기록을 통해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그 저장된 기록은 그 가족들의 '생생한' 기억입니다. 디지털 매체에 담긴 기록은 우리의 기억을 도와 '우리 안에서' 추억을 재생케 합니다. 매체의 재생 기록을 보면서, 우리는 매체에서 재생되는 것과는 별도로, 우리 자신 안에서 추억을 재생합니다. 추억은 그렇게 우리만의 것으로 재생됩니다. 그렇게 디지털 매체의 기록은 우리의 추억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도구이자, 생생하게 기억하도록 돕는 보조자이며, 추억을 증폭시키는 공감자의 역할을 합니다.

     

아빠(데이비드 김)역을 연기한 배우 존 조, 이미지 출처 : DAUM


 

#7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새로운 영화

영화 <서치>는 다른 영화에 비해서 특별히 독창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이미 비슷한 방식의 연출이 여러 영화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 그리고 만화에서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 모두를 모니터의 화면만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연출한 것은 새롭습니다. 그러니까 연출 방식 자체보다는 떠오른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킨 도전정신과 뚝심이 새롭고 멋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느 시대이건 그렇지만, 현시대의 분위기 속에서는 특히 더 보기 드문 일이니까요. 다행인 것은 그 도전의 결과가 좋다는 것입니다. 흥행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측면에서는 그렇습니다.

     

     

#8 장점 1, 매력적이기보다는 적절한 연출

특별히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이야기를 ‘색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영화 <서치>의 특징’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그래서 그것이 매력적인가에 대해서는 의견 다를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적절했는가에 대해서 이견이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색다른 표현 방식이 이야기 전개에 조금의 무리도 주지 않았고, 오히려 관객을 끌어가는 힘이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초반에 주인공 가족들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가족들의 지난 일상들을 그 당시 녹화한 화면 몇 개와 디지털 장치(컴퓨터, 스마트폰) 속의 달력(캘린더)만을 이용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단지 모니터 속의 달력 안에 일정을 적어 넣고, 변경하고, 날짜를 클릭하는 모습만으로도 그 가족들의 마음이 충분히 전달될 뿐만 아니라, 관객이 그 마음과 함께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영화 속의 인물들과 함께 즐겁고, 마음 졸이고, 슬퍼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연출 방식을 통해서,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 표현뿐만 아니라 관객의 감정선까지도 매우 적절하게 이끌어가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9 장점 2, 잘 짜인 각본 = 밀도감, 설득력

또 다른 장점으로는 각본이 잘 짜였다는 점이 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장면과 내용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 각본의 탄탄함은 다소 밋밋한 이야기 전개로 인해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에 입체감을 더하고 엉성하거나 맥없이 마무리될 수 있는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해 줍니다.

     

    

#10 장점 3, 친절한 샤간티(아니시 샤간티Aneesh Chaganty)

(좌) 아니시 샤간티 감독 (우) 아니시 샤간티와 존조

마지막으로 친절한 이야기 전개를 장점으로 들 수 있습니다. 영화 <서치>는 추리해나가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적절히 설명해 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군데 상황에 대한 단서와 복선을 비교적 발견하기 쉽게 심어 두어 관객의 이해와 추리를 돕습니다.


예를 들어 초반 딸인 마고(Margot)의 노트북을 켰을 때, 모니터의 바탕화면 사진에 아빠는 없고 엄마와 마고만 함께 서 있습니다. 아빠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가족의 상황을 암시하고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축인 것을,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전에 알려주는 찾기 쉬운 이정표의 역할을 합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누구나 알법한 시시한 예를 들었습니다만, 영화 속에는 더 다양한 난이도의 단서와 복선들이 존재합니다. 감독의 이런 배려들은 관객들이 불필요한 수고 없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영화 특유의 속도감과 리듬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모두 영화에 몰입하는데 도움을 주는 선순환을 합니다.


이쯤에서 노파심이 살짝 생기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지랖인 줄 알면서도, 그런 것들을 일부러 찾으려 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보다는 새로운 연출 방식을 따라가면서 그것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새로운 요리사의 음식을 제대로 맛보려면 추가로 넣는 것 없이 요리된 그대로 먹어보는 것이 중요하듯, 영화 <서치> 역시 감독의 의도대로 감상해 보시는 것이 이 영화가 가진 본래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방법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 DAUM 영화



    

#11 소통은 거리와는 무관한 것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면서도, 반대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이 마고와 마고의 아버지를 통해 극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마고는 먼 곳에 살고 있다는 한나(hannah:요즘 영화업계에 유행인 이름)와 소통하면서도, 아버지와는 자신의 마음을 나누지 못합니다.

      

더 많은 소통의 수단이 우리 주변에 등장했지만,  실제적인 소통은 오히려 줄어 들었는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 Daum 영화



#12 SNS는 우리 삶의 일부

현대인의 생활에서 SNS(Social Network Service/Site,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마고는 영화의 주요 인물답게 그 모든 것을 다 이용하고 있다.) 친구관계를 살펴볼 수 있으며, 은행계좌를 이용하거나 확인할 수 있고, 전화번호를 검색할 수 있으며, 사람 찾아볼 수 있고, 인터넷 방송을 하거나 볼 수 있으며, 주소 확인하고, 위치 파악할 수 있으며, 지도 검색해 경로를 예측할 수 있고, 교통 상황을 볼 수 있으며, 이미지로 정보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과거 그리고 감정까지,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Daum 영화


그렇게 이제 SNS는 온라인상에서만 작동하는 사회관계망이 아니라, 오프라인, 그러니까 현실에서도 작동하는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의 삶,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러니까 그것이 이미 우리의 삶의 한 부분이라면 그것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삶의 일부인 것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삶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문제가 개인 차원에서 대응하거나 해결하기 벅찬 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13 신뢰를 만들어내는 공감, 공감을 만들어내는 사실과 거짓

여형사는 사실을 통해서 마고 아버지의 신뢰를 이끌어 냅니다. 사실을 통해서 신뢰를 이끌어 내는 해당 장면에는 상당히 다중적인 공감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공감은 신뢰를 구축합니다. 그런데 최근의 우리 사회에서는 그 공감을 만드는 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또 사실이라 해도 그것이 향하고 있는 목적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특히 SNS상에서는 그 정도가 극대화됩니다. 익명성으로 인한 무책임성과 아무 말할 자유, 믿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의 심보,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사실 유무 판단의 어려움, 다수의 강요, 권력의 조작 등, 무엇이 문제일까요? 영화를 보면서 무엇이 우리의 시야와 양심 그리고 판단력을 가리는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신뢰가 없는 세상이 아비규환일 것은 자명하니까요.  


     

#14 데이비드 킴과 마고의 잃어버린 명예

이미지의 출처 : Daum 영화


카타리나 블룸*은 폭력적인 ‘기성 언론’을 통해 명예를 잃어버렸습니다. 마고의 아버지는 ‘대중 언론’(SNS 상에서 대중들을 통해 어떤 소식news이 전파된다는 측면에서 언론의 역할을 대신한다.)에 의해서 명예를 잃어버립니다. 우리는 그것을 보통 편견에 의한 마녀사냥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마녀사냥은 안타깝게도, 지금도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친구들과 웹사이트들의 모습은 카타리나 블룸의 시대에도 찾아볼 수 있었지만, 그들의 그런 편견과 차별 그리고 일방적 행위들이 불러오는 파급력은 SNS라는 증폭기를 통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합니다. 그런 파급력을 통해 개인이 받은 충격은 한 인간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나아가 사회를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권력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권력은 책임으로부터 상당히 자유롭기 때문에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한 번 발생하면 우리가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아니 그 보다 끔찍한 ‘자신도 모른 채로 가해자가 되는 일’이 없도록 성급히 돌을 집어 들지는 않는지, 지금 시점에서 한번 되돌이켜 볼 일입니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독일 전후 문학가 ‘하인리히 뵐’의 소설이다.


     

#15 SNS를 통한 개인의 노출

이미지 출처 : Daum


SNS를 통해 사인간의 접근성이 커졌습니다. 개인의 노출이 쉬워진다는 것은 그만큼의 위험부담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선을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보지 못하지만 타인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그 순간 두 사람의 권력의 균형은 이미 기울어진 상태가 됩니다. 이는 야생동물의 생태를 보면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물을 마시고 있는 사슴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사자의 모습, 바로 그 전형입니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선의 권력을 향유하는 자에게 선택권이 있습니다. 쉬운 예로 이야기하면 ‘정보’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애초에 정보는 권력이란 성을 구성하는 벽돌입니다. 따라서 정보라는 것은 그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이든 집중될 때 거대한 권력을 만들어 낸다. 영화에서는 그 권력이 개인에게 주어진 경우를 관찰하게 합니다. 마고의 아버지인 데이비드 킴의 사례와 경찰의 사례로부터 말입니다.


영화에서는 분노한 아버지가 철없는 한 학생을 찾아가 벌어지는 해프닝에 가까운 내용으로 나오지만, 사실 그 자체로도 위험한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은 인지하지 못한 일로 인해 누군가가 분노했고, 그래서 자신을 일방적으로 찾아와 갑자기 화를 내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당황스럽고 무서운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화가 아니라 폭력을 휘두르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위해를 가한다면, 그것이 용납되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 또한 쉽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와 비슷한 형태의 비극을 최근에도 접하고 분노하게 됩니다. 수많은 데이트 폭력과 묻지 마 폭력 그리고 자신의 감정이 상했다고 찾아가 위해를 가하는 일들이 그것입니다. SNS를 통해 개인의 신상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과 이런 종류의 폭력이 결합된다면 그런 피해는 더 쉽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점이 현재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하나의 축임을 알고 있습니다. 개인부터 정부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를 간과하면 안 될 것입니다. 심각성을 인지하고 머리를 모아 생각해야 할 일입니다. 나를 드러내는 일이 곧 위험한 일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야생동물이 아닙니다.

     

     

#16 정보와 권력 = '리틀 시스터'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

영화는 개인과 사회적 차원에서, 그러니까 우리의 삶 속에서 SNS가 어떤 위치를 차지했으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그 보다 조금 더 큰 영역에서 SNS가 지니고 있는 속성을 생각해 볼 차례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2016년에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날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그 원인을 분석한 내용 중에서 ‘페이스 북’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와는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다고 알려진 페이스 북이, 아니러니 하게도 그의 당선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트럼프 측에서 페이스 북이 가진 정보력을 이용해서 선거운동을 했고, 그것의 파급력이 상당했다는 것이죠. 페이스 북은 그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2017년에 알게 된 정보이니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됐든 중요한 것은 하나의 기업이 가진 정보와 기술력이 한 나라의 대통령을 좌지우지했다는 점입니다. 즉, 한 기업의 권력이 사회의 방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인 것입니다. 만약 페이스 북과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이 그 들의 정보와 기술력을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사용한다면 어떨지 생각해 봐야 하는 대목입니다. 왜냐하면 그 의도가 기업의 이익에만 집중되어 있고,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할 때에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거의 대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대선의 사례도 그렇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정부가 그것을 할 수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전부터 '리틀 시스터(Little Sister)'에 대해 경고해 왔습니다. 리틀 시스터란, 전체주의 국가를 지칭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등장한 개념)'라는 말에 대비해서 나온 개념으로, 거대 사기업이 사회 전체를 통제하는 상황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흔히 빅 브라더 보다 리틀 시스터가 더 위험하다고 합니다. 핵심적인 이유는 사기업은 공익을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란 것입니다. 물론 도긴개긴입니다. 다만, 리틀 시스터는 역사적으로 존재한 적이 거의 없어서 그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막대한 정보가 소수의 기업으로 막힘없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정보가 권력이라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거대한 권력을 가져가고 있는 리틀 시스터가 나쁜 마음을 먹지는 않을지 통제할 수 있는 또 다른 권력은 안타깝게도 우리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눈을 어디에 사용할지, 어떻게 사용할지는 아마도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있을 겁니다.


여기에 빅 브라더와 리틀 시스터가 정보 독점이라는 절대 권력을 얻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보여주는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보통 재미에 관해서도 평가가 나쁘지 않은 영화들이니, 아직 접하지 않은 분들 중에서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보셔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데몰리션 맨 DEMOLITION MAN, 1993>은 리틀 시스터의 사회상을 담고 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 2002>, <가타카 Gattaca, 1997> 등 에서는 리틀 시스터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져지 드레드 Judge Dredd, 1995)>, <브라질 Brazil, 1985>, <이퀼리브리엄 Equilibrium, 2002>,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2005> 등은 빅 브라더의 사회상 담은 영화입니다.


     

#17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며

2018년 현재는 유비쿼터스*의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0년대 초에 호들갑처럼 유행하던 그 개념은 벌써 구식이 되었습니다. 현실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용된 지 1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SNS는 이미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영화 <서치>는 그런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가족 그리고 사회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정말로 우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강산이 채 변하기도 전에 먼저 변해 있습니다. 그 속도는 생물인 우리가 적응하기 힘든 속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기에 바로 이 시점에서 감독은 우리 자신을 그리고 우리 사회를 한 번 살펴보자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 친구, 동네, 사회는 지금 어떤 모습인지 한번 되돌아 보자고 말입니다. 왜냐하면 마고의 아버지인 데이비드 킴이, 자신은 마고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가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착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어쩌면 우리를 안다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 유비쿼터스Ubiquitous 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나온 말로,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어디서나 즉시 디지털 정보자원들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미지 출처 : 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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