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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꼰대 언니 Dec 21. 2022

30년을 돌아보니

여성 공채 30년을 축하하자

정확히 30년전, 1992년 12월 11일, 나는 여성 전문직 공채로 삼성그룹에 입사하였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대학을 졸업하면서 취직도 취직이지만, 삼 년 내에는 꼭 시집을 가서 노처녀 소리를 안 들어야겠다고 가열차게 다짐하던 시대였다. 수많은 일자리가 대졸자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군필을 필요로 하는 조건이 대부분으로 일반 기업에 여성에게 열린 자리는 지독히 적었다. 그래서 여성 전문직 공채가 내가 합격한 유일한 자리였다.



그렇게 44명의 여자들로만 구성된 입사동기와 함께 그룹 입문 교육이 시작되었다..



20년 넘게 세월이 흘러, 2013년 12월, 유수의 일간지에 삼성전자 첫 공채 출신 여성 임원 배출이라는 타이틀이 대서 특필되고 있었다. 질끈 묶은 머리의 내 사진도 그들 사이에서 대문짝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여러 매체에 반복적으로 게재되고 있었다.



입사 20년이 지나 내가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을 때, 아직까지 삼성을 다니는 입사동기들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44명중 대부분이 이런 저런 사유로 회사를 떠났다. 살아남은 다섯은 이제 사무실안에서는 미화원 여사님과 자신이 가장 나이가 많다는 생각을 하면서 외로운 존재를 이어 나갔다.



삼성전자의 첫 공채출신 여성임원 중 하나로서 사랑하는 첫 회사를 영원히 다니고자 했지만 그후로 나는 이직을 두번이나 더 했다.



“대단하세요. 어떻게 30년이나 회사를 다니셨어요? 더군다나 그 힘들다는 회사들을 거치면서요?”



여러 사람이 나의 경력을 보고 감탄스럽게 혹은 의아스럽게 물어본다.



입사한 수많은 여자들은 결혼-육아-자녀교육 등 삶의 각 단계가 주는 버거움과 97년 IMF 시절의 대규모 감원 압박, 이후 조직에서 주는 유형, 무형의 스트레스에 못 이겨 때로는 본의와는 다르게, 때로는 자의로 회사를 떠났다.



30년을 이렇게 저렇게 일하면서 느낀 부분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어쩌면 우리 각자는외롭고 힘들게 홀로 벼텨 가고 있는데, 그 어려움이란 대부분 (시대가 달라졌음에도) 비슷한 유형의 반복일 수 있기에, 나와 나의 주변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현재 자리에서 어렵게 일을 이어가는 여성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나는 지금 12월 11일 입사동기들과 30주년 파티를 준비중이다. 사실 30년을 통해서 내가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이런 소중한 인연일 것이다.





출처 : 우먼스토리뉴스(http://www.woman-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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