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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ly Jun 20. 2021

22. 해외 살이, 향수병-> 외로움-> 고독의 3단계

22. 해외 살이, 

향수병-> 외로움-> 고독의 3단계



3년 전에 처음 말레이시아에 왔을 때는, 초기 향수병을 겪었던 적이 있다. 뭐만 해도 한국이 그립고, 가족과 한국 친구들이 그리웠다. 한인 마트나 한국 식당들이 많았음에도, 한국에서 먹는 한국 음식이 그렇게 그리웠다. 잠깐일 줄 알았던 향수병은 수개월 동안 왔다가 사라지길 반복했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코로나가 없었을 때라서, 몇 달에 한 번씩 한국에 가서 잠깐이나마 고향에 온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동시에, 자주 국내와 해외를 오가다 보니 때로는 어디에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는 기분을 느꼈다. 


당시 코타키나발루의 경우는 영어보다는 말레이어 사용 비율이 높은 분위기여서 말레이어를 시간 내서 공부했고,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의사소통이 원활해져 현지 생활에 두려움이나 이질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해외 거주 시 언어의 문제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햇살이 비치는 사바에서의 단상

이후 쿠알라룸푸르에서 거주하게 되면서, 영어가 공용어 수준으로 널리 통용되기도 하고, 워낙 다양한 민족과 외국인들까지 함께 사는 곳이라 나도 영어를 사용할 일이 정말 많아지게 되었다. 영어 회화 실력은 반강제적으로(?) 늘게 되었고, 영어 의사소통이 일상이 되자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생활도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쿠알라룸푸르로의 이주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향수병 대신 외로움을 불러왔다. 높은 신규 확진자 수치로 인해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MCO는, 시행되었다가, 연장되었다가, CMCO로 변경되어 제한이 완화되었다가, 다시 시작되길 반복했다. 몇 달간은 다른 주로 이동도 가능했지만, 또 몇 달간은 외부 생활이 불가하고 집순이로서의 빠른 적응력이 필요했다. 따라서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외로움을 초반에 느끼게 되었다. 


여전히 쿠알라룸푸르에 거주하고 있지만,  이제는 외로움을 전보다는 덜 느끼고, 고독함과는 친구가 되었다. 혼자 살면서 오롯이 생활을 스스로 책임지고, 자유시간을 가지고, 누구의 간섭 없이 원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가끔은 좋은 일로 느껴진다. 타인들과의 연결도 좋지만, 이렇게 깊게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유롭고 배우고 싶은 것을 인터넷으로 배우고,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지인들의 소중함을 새삼 떠올리며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오롯이 나로 존재하는 시간이 있어 외로워도 버틸 만하다. 


고독은 자기로 존재하는 양분이 된다. 스스로 장보고, 요리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쉬고 싶을 때 누워서 쉬고, 명상하고, 글 쓰는 시간. 갇힌 시간은 영원하지 않고, 곧 이동과 외부활동의 자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이 유한한 제한 속에서 좀 더 고독하게, 나답게 살아보기로 하며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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