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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ly Feb 20. 2021

19. 말레이시아의 공휴일

19. 말레이시아의 공휴일


회사에서 새해 스케줄을 확인하면서 본의 아니게 국가 공휴일을 확인하게 되었다. 한국의 2021년 국가 공휴일은 15일이다. 주말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공휴일을 다 합쳐도 15일이다. 말레이시아의 2021년 국가 공휴일은 52일이다. 52일이라니. 이렇게 쉬는 날이 많을 수가. 이중 내 회사가 있는 지역에 해당하는 공휴일만 추려도 18일이다. 말레이시아 전체에 해당하는 공휴일과 특정 주들에 해당하는 공휴일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사가 Johor주에 있다면, national과 johor가 기재된 내역을 모두 봐야 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공휴일 근무 시 회사마다 다르지만, 해당일에 대해 몇 배의 금액 또는 대체 휴무를 받게 된다. 각종 휴일과 이벤트들이 많다 보니, 말레이시아에서의 1년은 한국보다 좀 더 여유롭고 다채롭게 느껴진다. 한국에서 일했을 때, 적은 공휴일과 연차를 쓰기도 빠듯한 업무 일정, 바다를 보려면 차를 타고 멀리 가야 하는 거리, 자연보다는 건물과 친숙했던 예전의 내 삶이 사뭇 오래된 일처럼 떠오른다. 그땐 어떻게 그렇게 바쁘게 살았을까? MCO와 재택근무와 말레이시아의 숲과 바다가 한국에서의 바쁨과 대비된다. 


갑자기 휴무가 많아지게 되자, 올해 계획을 세울 요량으로 달력을 뚫어지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사바 주의 친구 집에 2달째 거주 중이며, MCO는 끝날 듯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여러 사업이 재개되고 저번 주부터 식당 내 식사(1 테이블에 2인)가 가능해지면서, 숨 쉴 구멍이 생겼다. 물론 이번 2021년 1월의 MCO 2.0이 작년 2020년 3월에 발효된 MCO 1.0보다 워낙 강도가 약했었으나, 다시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이렇게 답답함이 해소가 되는구나 싶었다. 이 글을 올리는 지금은 사바 주가 CMCO로 전환되면서, 식당과 차량 내 수용 인원 제한이 풀려서 4명이서 한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 집에는 고양이도 있고 강아지도 있고 햄스터도 있으며, 내 친구와 가족들이 산다. 집이 숲 옆에 있다 보니 쥐보다 큰 소리를 내는 미니 도마뱀을 집안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번 2월 18일에 종료될지 여부가 주목되었던 MCO 2.0은 3월 4일까지로 연장되었고, 여전히 주간(interstate, interdistrict) 이동이 불가하므로 내가 이 집에 얹혀사는 기간이 연장될 예정이다. 공휴일 대신 받은 휴무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작년 두 달 동안 이 집에서 가족들과 친구들이 여럿 갇혀(?) 살면서 거의 매일 파티를 했다. 가족들의 생일이 하반기에 몰려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반면 이번 MCO 2.0에는 상반기에 가족들의 생일잔치를 할 일이 거의 없었다. 신정과 구정이 유일한 이벤트였다. (구정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MCO기간을 재택근무하며 보내는 삶도 좋았지만, 새해맞이 강화된 회사 일로 지쳐가는 와중에 파티가 적으니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햄스터 두 친구들과 산책하기, 마당에 도베르만 강아지 밥 주기, 산책하는 어미닭과 병아리 구경하기, 애교 많은 고양이 목 위에 얹어 놓고 낮잠 자기 등의 자연주의적인 휴식과, 스마트폰에 눈을 붙이고 모니터로 밀린 드라마를 몰아보는 중독적인 가짜 휴식이 뒤섞였다. 때로는 노트북을 들고 시내 바다로 나왔다. 시내에 바로 바다가 보이기에, 새로 개업한 퓨전 레스토랑에서 지연이와 식사를 하고, 파도치는 바다를 보며, water sports가 허용되어 바다로 수영하러 나갈 수 있기를 기원했다. 그래도 이렇게 쉽게 바로 눈앞에서 굽이치는 바다를 보며 숨 쉴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축복인가. 노트북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은 바다를 향해 번쩍 들어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느꼈다. 곧 온몸으로 바다를 느끼며 수영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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