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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ly Jan 22. 2021

18. 코로나 락다운, 말레이시아에서 살아남기(1)

(1)_2020년 10월의 이야기

18.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 말레이시아에서 살아남기(1)_2020년 10월의 이야기


 “또 MCO (movement control order, 소위 락다운) 야?”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심화된 2020년 1월, 나는 쿠알라룸푸르로 회사와 거처를 옮겼다. 이사하자마자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퍼졌고, 이직 2개월 만에 어마어마한 락다운 사태에 봉착했다. 규율을 어기고 말레이시아에서 조깅하러 나갔다가 경찰에 잡혀간 외국인의 뉴스를 본 것도 그때였다. 당시 MCO는 아주 엄격했다. 8시 이후에는 밖에 다니면 안 될뿐더러 식자재와 생필품을 파는 마트조차 다 닫았다. 6시 이후로는 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정말 필수적인 essential 업종으로 명시된 경우 외에는 거의 집안에만 있게 된 시기였다. 지옥 같던 2달이 끝나고, 5~6월부터 잠시 평화가 찾아오나 싶었으나, 선거 전후로 9월부터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다시 증가했고, 기존 MCO보다는 약하지만, 주별로 CMCO(conditional mco)가 발효되면서 외부 활동에 조금씩 다시 제약이 생겼고, 9월 중순에 사바 주로 놀러 왔다가,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사바 주 락다운으로 친구 집에서 가족들과 생활하게 되었다. 사바 주에 호텔까지 다 닫아야 했기에, 본의 아니게 친구네 가족과 동거를 하게 되었다.



당시 나 외에도, 외부인이 또 있었다. 내 친구의 언니의 친구인,  아이샤였다. 다른 지역에 거주했으나, 놀러 왔다가 락다운으로 그녀 역시 함께 살게 되었다. 말 그대로 동거였다. 부모님과 형제자매 중 4명에 나와 아이샤까지. 이웃집에 거주하는 한 자매와 사촌이 자주 놀러 오는 것을 고려하면 9명 이상이 시끌벅적하게 모여 살았다. 별도로 친구 집을 방문하거나 소셜 모임은 엄격하게 금지되었지만, 워낙 대가족이 갇혀 살다 보니 내가 친구들과 파티를 하고 있는 건지 락다운이 진행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내 친구 지연이 집에는 마당이 있고, 바로 옆은 울창한 숲이다. 마당에는 매우 순하고 산책을 좋아하는 도베르만이 한 마리 있으며, 닭이 여섯 마리 있다. 집 안에는 지연이네 언니가 키우는 고양이 한 마리가 유일하게 락다운을 모르는 이처럼 집 안팎을 돌아다니며 자유를 만끽하곤 했으며, 우리는 하루에 다섯 끼를 먹다시피 했다. 기본 세 끼에 간식이나 야식까지 합하면 다섯 끼가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거의 매일 밤에 소소한 파티를 했다. 집 안의 가족 중 생일자가 있으면 맛있는 음식을 해 밤에 파티를 하고 노래방 기계를 작동시켜 새벽까지 노래를 불렀다. 요리는 몇 안 되는 락다운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파티하지 않는 날에도 매일 상차림이 풍성했다. 마트는 5시까지 열려 있었으니, 일찍 가서 줄을 섰다가 식자재들과 각종 간식을 왕창 사 오곤 했다. 


조깅도 금지되었으니, 우리는 마당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줌바 댄스를 추고, 어설프게 복싱도 했다. 예전부터 복싱과 무에타이를 배웠던 아이샤는 락다운 기간에 단 1kg도 찌지 않았더랬다. 나는 지연이와 열심히 먹고 잔 탓에 2~3kg은 늘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너무 답답했지만, 돌이켜보면 나름 답답하고 즐겁고 참신한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탓에 때로는 프라이버시가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했고, 외출이나 외부활동에 제약이 심하니 감옥에 갇힌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던 나날이었다. 이렇게 사바에서의 여행과 락다운 생활을 마치고, 나는 11월 말에 2달 만에 쿠알라룸푸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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