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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ly Aug 05. 2021

26. 말레이시아에서 백신을 맞다(1)

떨리는 후기의 시작

 26. 말레이시아에서 백신을 맞다(1)




타국에서 백신을 이렇게 빨리 맞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작년부터 백신 신청을 받기 시작하였고, 4~5월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보다 본격적으로 시행되었고, 6월부터는 Mysejatera어플 백신 신청자 대상으로 시노백과 화이자를 맞춰주었다. 당시 둘 중 백신 종류를 선택할 수는 없었고, 7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화이자 물량이 많아지면서, 신규 접종 예정자는 모두 1차로 화이자를 맞게 될 것이라는 발표가 났다. 


사실 그간 백신 맞는 것이 두려웠다. 타국에서 가족 없이 혼자 사는 내가 백신 맞고 나서 건강상의 문제는 없을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뭐든 100%는 없더라도 백신을 맞음으로써 중증으로 갈 수 있는 확률을 낮출 수 있고, 전 세계의 코로나 사태 극복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Mysejahtera 어플을 이용해 백신 신청을 했다. 이 어플은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삶의 일부가 되었다. 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해당 어플을 이용해 큐알코드를 스캔하며 방문 지역별 위험도가 표시된다. 매일 코로나와 백신 관련 정보도 뜨고,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제공하는 백신 신청과 증빙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항체 테스트 키트까지 어플 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기능이 생겼다.


여러모로 일상이 된 어플에서 백신 신청을 할 때 떨리는 손을 감출 수 없었다. 어플에 기본적으로 업로드해놓은 여권번호와 전화번호, 이름을 확인 후, 백신 신청 탭을 눌러 코로나 증상 관련 설문조사를 하고 주소지를 입력했다. 이외 건강상의 질문사항에도 체크하고, 백신 접종에 동의하는 간단한 절차를 거치면 백신 1차 접종 예약이 완료된다. 고민하다가 백신 등록을 한 후 본격적으로 화이자를 접종한다는 기사가 떴고, 백신 등록한 지 9일 만에 갑자기 백신 예약 일정 알람이 왔다. 어떤 사람은 작년부터 신청해놓고 이제야 맞았다는 사람도 있었고, 한두 달 만에 예약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말레이시아는 6~7월부터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했고, 7월 중순부터는 엄청난 물량을 기반으로 대규모의 인원을 위한 백신 예약이 확정되기 시작했다. 


하우스메이트들은 나보다 몇 달씩 먼저 등록을 했었기 때문에, 7월 초에 모두 1차를 접종했다. 뒤늦게 등록한 나는 감사하게도 타이밍이 맞아 7월 말에 접종하게 되었다. 고민하다가 신청했는데 9일 만에 확정이 되니 신나기도 하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를 비롯하여 하우스메이트들 대 부분이 외국인인데도 백신을 차별 없이 받은 것에 감동하기도 하면서, 하우스메이트들의 백신 후기에 떨리는 마음이 가득했다. 토할 것 같았다거나, 너무 피곤했다거나, 식욕이 멈추질 않는다는 후기를 들으며, 그래도 어디 크게 잘못된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린은 하루에 원래 2끼 정도밖에 안 먹는데,  백신 맞은 뒤로 4끼에 간식까지 당겼다고 했다. 덕분에 린이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더 심각한 후기까지 본 나는 백신 맞기 전 만반의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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