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왜 기계는 고치면서 당신 마음은 방치하나요?

가장 먼저 따뜻하게 돌봐줘야 할 우리 자신

by 하루단

4. 왜 기계는 고치면서 당신 마음은 방치하나요?




어느 날 아침, 팀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동료 A의 눈가도 미세하지만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무슨 일인지 묻는 것조차 동료의 마음을 어지럽게 할까 봐 어깨를 살짝 토닥여주었다. 동료 A는 풍부한 업무 지식을 바탕으로 높은 성과를 보여주는 든든한 멤버지만, 고객사와의 프로세스상 시간에 쫓기는 동시에 어떠한 이슈가 있었는지 마음이 잠시 한계에 다다랐던 것 같다.


“화장실에서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구요.“


사방이 벽으로 막힌 화장실에서 잠시나마 숨을 쉬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는 동료는, 요즘 마음을 가다듬을 여력도 없었다고 했다.


특정 시즌에 일이 엄청나게 몰리고 종종 시간을 다투며 고객사와, 다양한 부서와 소통하며 진이 쭉 빠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동료 A를 바라보던 동료 B는 최근 어린 조카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기계는 고치는데 몸이랑 마음 아프면 안 고쳐 삼촌?"


굳이 분류하자면 소프트웨어 쪽이지만, 순수한 아이의 눈에는 모든 기계(?)를 뚝딱뚝딱 고친다고 알고 있는 삼촌이, 녹초가 되어 방에 늘어져 있는 것을 보고 저런 말을 했다고 한다. 듣고 있던 다른 동료들도 나도 아이가 귀엽고 그 상황이 짠해서 웃었다.


"그러게, 우리 먼저 고쳐야 하는 거 아냐?"


사물과 사람(고객사)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고쳐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돌봐주고 재충전하고 필요하면 고치는(!) 것에는 오히려 인색하지 않았나 싶어 다같이 서로의 활력소를 소소히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치킨"

"나는 넷플릭스 보면서 침대와 한 몸 되기"

"엄청 푸릇푸릇한 공원 산책하기(겨울 없는 말레이시아는 항상 초록초록)"

"수영! 요즘 비 많이 와서 좀 그런데(요즘 말레이시아는 아직 우기), 우기 끝나면 바다 수영 가려고."

"피클볼! 배드민턴!"

"호캉스?"

"완전 맛있는 거 먹기"

"가족들이랑 통화하기"

"여행이지(가까운 동남아시아 국가 여행하기 용이한 편)!!"

"고양이 만지기(말레이시아는 고양이 천국)!"

"발마사지(한국보다 다소 저렴하여 접근성이 좋음)"

"주말 내내 걱정 없이 편하게 누워있기"


다들 기다렸다는 듯이 크고 작은 삶의 활력소와 마음을 고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들을 공유했다. 시간과 돈이 드는 것들도 있지만 정말 작고 소중한 것들도 많았다. 한 번 하고 나면 또 다른 날들을 살아갈 힘을 주는 것들을 잊지 않고 하면서 마음이 고장 나기 전에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을 나눴다. 일이나 외부 환경을 당장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어도, 우리에게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껴줄 비장의 무기들이 있으니까.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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