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번아웃 극복은 자연에서, 캠핑을 가다(1탄)

저질체력이 캠핑 가는 법

by 하루단

5. 번아웃 극복은 자연에서, 캠핑을 가다(1탄)


업무량은 몇 달 동안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연말에는 연말이라 그렇겠지, 연초에는 연초니까 그렇겠지 했지만, 그렇게 넘어간 지도 벌써 한참이다. 평일에는 업무량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집안일을 겨우 하고 누워서 핸드폰 스크롤 넘기다가 잠들기 일쑤였고, 주말은 어찌나 빠른지 제대로 쉬었다는 느낌을 받기도 전에 다시 몸이 월요일을 위한 전투모드로 전환되곤 했다.

금요일 점심, 친구 B에게서 갑작스러운 전화가 왔다.


"다른 친구들이 오랜만에 캠핑 가자고 연락 왔더라고. 같이 갈래? 날짜는 오늘 저녁이야."


내가 계속 한국에 살았더라면 놀랄 포인트가 많았을 것이다. 첫째, A가 친구 B(내 친구)를 캠핑에 초대했는데 B가 C(나)를 초대한 상황. A와 C는 얼굴 한 번 잠깐 본 사이다. 둘째, 당일 초대. 말레이시아에서는 놀랄 일도 아니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를 초대하거나, 집들이만 해도 친구의 이모할머니를 모시고 와도 되는 열려 있는 문화이니.


어쨌든 1그램의 놀람도 없이 잠시 고민했던 나는 캠핑에 합류하기로 했다. 내 친구가 본인 텐트를 본가에 두고 와서 그 친구들 남는 텐트를 쓰기로 했고 나도 같이 쓰면 된다고 해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캠핑 초보인 우리를 위해 캠핑 전문가인 그 친구들이 알아서 본인들의 장비(?)들을 가져올 테니 식재료만 같이 사면된다고 하니 든든한 마음도 들었다. 퇴근하고 집에서 천장만 보고 누워 있고 싶은 마음이 잠시 고개를 들었지만, 오랜만에 자연의 물소리, 숲 향기, 새소리 안에서 평화롭게 이완하고 싶은 마음이 이겼다.


퇴근하고 늦은 시간에 합류하다 보니, 캠핑장까지 가는 숲길은 깊고 어두웠다. 이대로 납치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운전하던 내 친구가 좀 더 겁을 먹은 눈치길래 놀리고 싶은 마음에 장난을 쳤다.


WhatsApp Image 2026-01-31 at 1.40.54 PM (1).jpeg 차 안에서 찍은 사진. 캠핑장 가는 길


"벌써 20분 넘게 숲길로 들어왔는데 아무도 없네... 우리 설마.."

친구의 표정이 바깥의 정경보다 어두워졌다. 괜히 무섭게 만드는 건 그만둬야겠다.

한참을 들어가다 보니 캠핑장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친구들 두 명이 두 팔 벌려 텐트에서 뛰어나왔다. 캠핑장은 바로 앞에 계곡물이 강처럼 흐르고 바로 뒤에는 두리안, 망고스틴 나무들과 깊은 숲이 등을 받치고 있는 구조였다. 캠핑장 관리인이 숲에 원숭이가 있다고 해서, 캠핑장으로 혹시 뛰쳐나올까 봐 무서워하고 있었다고 했다. 웃으면서 짐을 풀고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밤은 깊었고 달은 동그랗게 떴으며, 숲의 피톤치드 향기가 곱게 너울거렸다. 아직 잠들지 않은 새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두리안과 망고스틴이 실시간으로 떨어지며 미지의 주인을 기다리는 곳. 우리가 간 캠핑장은 그런 곳에 있었다. 수도 도심 속에서 고층 건물과 업무량에 파묻혀 있던 나는 이래서 캠핑을 가는구나, 이래서 자연으로 떠나는구나 하는 마음에 무릎을 탁 쳤다. 온갖 스트레스가 수용성 물감처럼 씻겨 내려갔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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