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번아웃 극복은 자연에서, 캠핑을 가다(2탄)

by 하루단

6. 번아웃 극복은 자연에서, 캠핑을 가다(2탄)




밤 9시경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도착한 일행의 텐트 옆에 자리를 깔고 오손도손 둘러앉았다.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캠핑장 예약에 포함된 bbq 집기를 정리했다. 졸졸 흐르는 계곡물소리가 새소리와 숲의 향기와 어우러져 텐트를 감쌌다. 생선을 굽고 야채를 볶는 냄새가 집밥 냄새처럼 피어오르는 가운데,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말레이시아 페락의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느라 도착하기 전까지는 흡사 납치(?)되는 분위기였지만, 이런 곳이라면 며칠 정도 납치된 셈 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캠핑장에 외부 공용 화장실, 샤워실이 있었고, 낮에 계곡물에서 급류를 즐길 수 있도록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튜브들도 비치되어 있었다. 주인분이 갓 떨어진 과일 마음껏 먹으라고 하셔서, 친구들은 두리안, 망고스틴, 랑삿 등 각종 과일들을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모아 두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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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휴대용 접이식 의자를 펼쳐 온몸을 얹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다들 약속이나 한 듯 계곡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우리를 초대한 친구 일행들은 거의 매달 캠핑을 갈 정도로 캠핑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다인용 텐트도 여러 개, 이불 접듯이 조각조각 접을 수 있는 테이블 등 각종 캠핑용품들이 항시 준비되어 있다고. 캠핑을 하면 온갖 근심이 사라지고 자연 속에서 치유되는 느낌이 너무 좋다는 친구들의 말에 백번 동의했다. 평소라면 과한 업무량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쳐서인지 늦게 잠들기 일쑤였는데, 이 캠핑장에 오자 12시도 되기 전에 이미 졸리기 시작한 나를 발견했다.


'이 정도면 천연 불면증 치료제인데'


자연을 좋아하는 재미있는 친구들, 맛있는 음식, 건물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대자연 한가운데의 캠핑장, 이름 모를 새소리, 계곡물소리, 텐트에 깔아 둔 에어침대와 담요의 폭신함, 편안하게 수다 떠는 목소리들, 이 모든 것이 긴장으로 굳었던 어깨를 풀어주었고 자장가처럼 등을 토닥였다.


집에 있었다면 휴대폰 보거나 tv 보면서 소파에 누워 쉬었을 것이다. 그것도 꿀 같은 휴식이지만, 이렇게 자연 속에서 캠핑하고 먹고 잠자는 시간이 주는 여유와 휴식은 또 다른 의미로 행복했다. 세포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휴식과 회복이랄까. 이래서 사람들이 캠핑을 가고 글램핑을 가는구나 싶었다.


캠핑 초보인 나는 일반 텐트와 자동 텐트 설치하는 법을 모두 보여준 친구들 덕에 캠핑에 필요한 덕목을 하나하나 배워갔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댁에서 숲과 산에서 뛰놀던 시절이 떠올랐다. 모래놀이 하듯이, 나뭇잎으로 비밀 기지 만들듯이, 캠핑은 그런 시골 감성, 내가 직접 뭔가를 부담 없이 만들고 흙에서 뒹굴던 시절의 감각을 재현해 주었다. 생선을 구울 때, 요리할 때, 과일 깎을 때, 그 순간순간이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휴식이 되었다. 만족감과 기분 좋게 노곤한 몸이 비할 바 없는 숙면의 숲으로 빠져들어갔다. 다음 날의 물놀이를 고대하며.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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