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마시는 커피, 한국에서 마주한 커피 문화의 풍경
오늘은 집 앞 맥도널드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왔다. 누구를 만나기 위한 약속도, 시간 때우려는 것도 아닌, 오로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였다. 캐나다에 살다 보면 커피는 참 일상이다. 테이블 몇 개만 있는 작은 매장에서 사람들이 커피를 들고 조용히 나간다.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 아이와 함께 온 엄마, 산책 중인 노부부까지 대부분은 ‘to go’. 잠시 들러 따뜻한 한 잔을 받아 들고 각자의 길로 흩어진다. 커피를 마신다기보다, 커피를 가지고 간다. 극히 일상적이면서도 단순하고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한국의 카페를 떠올리면 확연히 달랐다. 같은 커피 브랜드인데도 카페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매장은 크고, 때로는 2층 규모에 테라스까지 갖춰져 있었다.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러 간다기보다, 커피 공간을 누리러 가는 듯했다. 둘 이상의 사람들은 대화를 나누고, 혼자 온 이들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했다. 나 역시 한국에 몇 달 머무는 동안 컴퓨터를 들고 가장 편안한 자리를 찾아다니며, 카페를 독서실처럼 이용하곤 했다. 어느새 그 공간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 하나의 문화 공간이 되어 있었다.
나는 사실 스타벅스를 자주 찾지 않는다. 커피는 어디서든 마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데, 이곳 캐나다에서는 저렴하고 친근한 동네 브랜드가 훨씬 익숙하다. 팀홀튼이나 맥도널드 커피는 가격도 착하고, 맛도 무난하다. 그런 내가 한국에 가면, 자연스레 스타벅스에 들어가게 된다. 외국 브랜드지만, 이상하게도 그 공간은 한국 어디보다 한국적이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가 하나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처럼 느껴진다. 올 초에 미국 여행을 하면서 시애틀 스타벅스 1호점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낡고 협소한 공간, 꾸밈없는 인테리어, 커피 향만 가득했던 그곳. 단지 커피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조용히 오가던 장소였다.
이런 차이를 보며, 문화적 배경을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한국에서 커피는 공간이고, 캐나다에선 습관일지도 모른다. 한국은 오랜 시간 동안 빠르고 효율적인 사회였고, 집은 늘 조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외부 공간, 특히 카페는 잠시 숨 돌릴 수 있는 쉼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 역시 중요했다.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 공간의 분위기, 손에 들린 컵 하나까지도 하나의 감각적인 경험이 되는 셈이다. 단순히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 분위기, 느낌까지 모두 포함된 ‘경험’이 되는 것이다.
반면 캐나다에서 커피는 그저 커피다. 집 앞 카페를 들리는 일은 동네 구멍가게 문턱처럼 낮고 가볍고 단순하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들렀고, 마시고 나면 바로 나간다. 커피 한 잔에 감정을 담기보다는, 그저 필요에 따라 들르는 곳. 한국에서 커피는 ‘무엇을 마시느냐’보다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가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가끔 한국에 있는 카페를 생각한다. 왜 한국에 들어온 외국 커피 브랜드는 그렇게 웅장해지는 걸까? 매장은 더 크고, 인테리어는 더 세련되며, 메뉴도 한층 다양하고 한국식으로 풍성해진다. 단순히 외국 브랜드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그 브랜드를 한국식으로 더 멋지게 재해석해내는 능력 덕분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맥도널드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바로 건너편 팀홀튼을 바라봤다. 커피는 똑같지만, 마시는 방식과 느끼는 온도는 확실히 다르다. 어느 쪽이 낫다기보단, 그저 다르다. 그리고 그 다름을 바라보는 일, 그게 이민자로서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 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