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공항과 도시, 그리고 짧지만 깊은 프랑크푸르트 시내 여행
밴쿠버를 출발한 비행기는 약 9시간 반의 긴 여정을 거쳐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새로운 나라를 처음 마주하는 관문이자 그 도시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얼굴과도 같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의외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아득하고 세련된 이미지보다는 오랜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조금은 낡고 무거운 느낌이 먼저 다가왔다.
이번 항공편은 독일의 콘도르 항공(Condor Airlines)을 이용했다. 프랑크푸르트까지만 운항하는 중거리 국제선 비행기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기내는 깔끔했고, 좌석 간 간격도 넉넉한 편이었다. 좌석 배열은 2-3-2 구조였고, 아내와 나는 창가 쪽 두 자리를 배정받았다. 다만 기내 맨 뒤쪽이라 처음엔 망설였지만, 막상 탑승해 보니 승하차가 여유롭고 조용해 오히려 장점으로 느껴졌다.
저렴한 요금이기에 일반 항공사와는 달리 모든 서비스가 유료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Condor Airlines는 일반 항공사와 동일하게 기내식과 기본적인 기내 서비스를 제공해 만족스러웠다.
이번에 우리가 구매한 항공권은 가장 기본 요금제였다. 그러나 수하물 규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항공권을 해외 여행사를 통해 구매하는 과정에서 기내 수하물 허용 중량에 대해 항공사와 여행사 간 안내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다.
여행사에서는 기내 수하물이 2kg만 허용된다고 안내했고, 우리는 초과가 예상되어 8kg으로 업그레이드하며 12만 원이 넘는 추가 요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할 때, 항공사 직원은 모든 승객에게 8kg까지 기본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여행 짐을 줄이느라 애쓴 노력과 추가 비용이 허탈하게 느껴졌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이스탄불행 비행기로 갈아타기까지 약 6시간이 남아 있었다. 아내와 나는 그 시간을 활용해 짧은 시내 관광에 나섰다. 공항에서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도심으로 향했고, 가장 먼저 뢰머 광장(Römerplatz)을 찾았다. 전철 요금은 6구간 기준 6.60유로였지만 돌아올 때는 같은 구간임에도 3.86유로로 훨씬 저렴했다. 발권 방식이나 시간대에 따라 요금 차이가 있는 듯했다. 독일의 대중교통 요금은 전반적으로 다소 비싸게 느껴졌다.
뢰머 광장은 프랑크푸르트를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독특한 목조 건축 양식의 건물들이 인상적이었다. 광장 한쪽에서는 거리 공연과 시장이 펼쳐지고 있었고, 인근의 프랑크푸르트 대성당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 대성당 내부를 관람하며 독일 도시 특유의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어 뢰머 광장에서 도보로 7~8분 거리에 위치한 마인강(Main River)과 보행자 전용 다리인 아이젤너 슈테크(Eiserner Steg)로 향했다. 이 다리는 연인들이 걸어둔 '사랑의 자물쇠'로 유명하다. 마인강의 물빛은 생각보다 탁했지만, 다리 위에서 바라본 전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강바람을 맞으며 잠시 여유를 즐긴 후 다시 광장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시내 방향으로 걷던 중 유로탑(Eurotower)을 마주했다. 유럽중앙은행 본거지로서의 상징성이 느껴지는 이 건물은 지금은 내부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지만, 도시의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뢰머 광장으로 다시 돌아온 우리는 광장 근처 노천 맥주집인 ‘Römer Pils Brunnen’에 들렀다. 프랑크푸르트에 온 기념으로 맥주 한 잔은 꼭 마시고 싶었다. 500cc에 10유로로 다소 비쌌지만, 도심의 분위기 속에서 마시는 맥주는 그 가격 이상의 가치를 느끼게 해 줬다. 장시간 비행과 시차 때문인지 맥주 한 잔에도 금세 취기가 올라왔다.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 처음에 발권한 전철표보다 훨씬 저렴한 요금으로 다시 티켓을 구매해 공항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공항 도착 후에는 일반적인 보안 검색 외에도 추가적인 입국 심사를 거쳐야 했다. 밴쿠버나 인천공항에 익숙한 나로서는 이 절차가 조금은 번거롭고 낯설게 느껴졌다.
공항에 도착하고 나니, 시내 여행 중에 뭔가 빠뜨린 듯한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호텔이나 물건 때문은 아니었다. 여행을 준비하며 꼭 들러보자고 마음먹었던 괴테 생가(Museum Goethe-Haus)를 결국 빼먹고 돌아온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의 저자, 독일을 대표하는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는 뜻깊은 장소였건만, 짧은 시간과 동선 문제로 끝내 놓치고 말았다. 광장 근처까지 갔음에도 들르지 못한 이 아쉬움은, 다음에 다시 프랑크푸르트를 찾게 될 또 하나의 이유로 남게 되었다.
오후 6시 55분 출발 예정이었던 터키 이스탄불행 비행기는 약간의 지연 끝에 7시 반쯤 이륙했고, 밤 11시가 가까운 시각에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그곳엔 하루 먼저 도착해 있던 아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아들을 발견한 순간, 낯선 공항이 순식간에 따뜻한 공간으로 변했다. 오랜 비행 끝에 마주한 가족의 얼굴, 그 짧은 포옹 하나가 긴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 주었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그 순간, 이국의 공항은 더 이상 낯선 공간이 아니었다.
공항 내 렌터카 업체에서 예약해 둔 차량을 인수받고, 아들이 미리 예약해 둔 숙소로 향했다. 긴 여정의 끝에서 도착한 낯선 도시, 낯선 공간. 도착하자마자 피로에 눌려 침대에 몸을 눕히는 순간, 우리는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낯섦과 설렘, 피로와 감동이 뒤섞인 하루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여행기록:2025.5.7일 *밴쿠버 공항 오후 5시 30분 출발-*프랑크푸르트 오전 12시 30분 도착 - *프랑크푸르트 오후 7시 30분 출발- *이스탄불공항 10시 50분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