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서의 첫날, 낯선 새벽을 열었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도시에서 맞이한 문화 충격과 따뜻한 경험의 하루

by 김종섭

이스탄불에서의 첫날, 낯선 새벽을 열다


낯선 새벽, 아잔으로 깨어나다

(*아잔의 뜻 이슬람교에서 하루 다섯 번의 기도를 하기 전에 울리는 외침)

오랜 비행 끝에 어젯밤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집을 떠난 지 27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지친 몸을 침대에 눕히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고이 잠들 무렵 낯선 소리에 잠을 깼다. 새벽 4시.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 같은 기도 소리는 이슬람교도들의 아잔(기도 초대 소리)이라고 했다.


아직 이방인인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과 소리, 말 그대로 돌직구 같은 문화적 충돌이었다. 그 새벽의 감정은 “해도 너무한다”는 짜증을 넘어서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마지못해 잠에서 깨어 새벽을 맞이했다.


느릿한 아침과 그랜드 바자르의 첫 경험

7시에 호텔 조식을 마친 후, 아들은 근처 미팅 장소로 외출하며 12시쯤 돌아와 함께 일정을 이어가자고 했다. 나는 아내와 함께 다시 잠을 청했지만, 누적된 피로에도 이상하게 잠은 오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을 통해 이스탄불의 명소를 찾아보다가 12시경 아들이 돌아온다는 연락을 받고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오늘의 첫 일정은 재래시장 방문이었다. 호텔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의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는 무려 1461년,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이어져온 세계적인 전통 시장이다. 시장 주변은 말 그대로 ‘시장통’이라 할 만큼 복잡했고, 간신히 사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장 구경에 나섰다.

짝풍시장

시장 초입에는 소위 '짝퉁시장'이라 불리는 구역이 형성되어 있었다. 유명 브랜드의 가품들이 즐비한 이곳을 지나 본격적인 바자르 안으로 들어섰다.

상가모습

5천여 개가 넘는 상점에서는 도자기, 금, 향신료, 양탄자, 가죽 제품 등 다양한 기념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특히 튀르키예는 양탄자와 모발 이식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시장에서는 가격 흥정이 필수였다. 상인들이 처음 부르는 가격을 그대로 사는 것은 '호갱' 인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보통 30% 이상은 깎고 사야 제값이라는 게 현지인의 조언이었다. 시장 안은 북적였고, 바닥에는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가 드문드문 보였다. 상인들은 자주 복도를 쓸며 청소하는 모습이었지만, 상점 안에서 담배를 자유롭게 피우는 모습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담배 냄새로 인해 쇼핑이 다소 불쾌해지는 순간들도 있었다.

시장을 나서며 입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시장 구경을 하고 빠져나왔다.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 시장 입구 앞에는 누루오스마니예(Nuruosmaniye) 모스크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이스탄불 최초의 바로크 양식 모스크라고 한다.

기도 시간이었는지 수많은 이슬람교도들이 신발을 벗고 절을 하며 경건한 예식을 치르고 있었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시장 근처 식당들의 호객행위에 이끌려 한 곳에 들어섰지만, 아들은 메뉴판을 보자마자 “바가지요금”이라며 나가자고 했다. 실제로 시내보다 두 배 이상 비쌌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던 중 한 남성용 벨트 가게에 “정찰제 판매”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믿음이 생겼다. 평소 벨트를 하나 사려던 참이라 버펄로 가죽 소재의 벨트를 하나 구매했다. 디자인, 가격, 재질 모두 마음에 들었다.


아시아 쪽 이스탄불, 카디쿄이로 건너가다

오후 4시경,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너 이스탄불이 아닌 이즈미트(IZMIT)라는 도시에 있는 카디쿄이(Kadıköy)로 향했다. 이스탄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에 걸쳐 있는 도시다. 유럽 쪽에는 주요 역사 유적과 관광지가, 아시아 쪽에는 보다 여유롭고 지역적인 분위기의 생활권이 펼쳐져 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긴 해저터널을 지나 도착한 카디쿄이는 젊은이들과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문화 예술의 중심지로, 활기찬 분위기의 시장과 개성 있는 카페, 책방, 공연장이 어우러져 있었다. 이곳은 이스탄불 유럽 쪽보다 여유롭고 현지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이었다.


시장 안에는 각종 길거리 음식이 즐비했다. 아들은 “이스탄불에 왔으면 케밥을 종류별로 다 먹어봐야 한다”며 식당을 돌았다. 케밥(Kebab)은 고기를 양념해 숯불에 구워낸 중동 및 지중해 지역의 전통 음식이다. 고기 종류와 조리 방식에 따라 수십 가지의 변형이 있다.

곱창케밥

우선 곱창을 잘게 다져 구운 케밥을 시식했다. 불맛이 감도는 곱창 케밥은 소주 안주가 생각날 정도로 향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은 고등어 케밥. 고등어를 통째로 구워 빵에 넣어주는 간단한 요리였지만, 흔하지 않은 조합이 흥미를 자아냈다.

기차역에서 과거를 마주하고

식사를 마치고 해안가를 따라 걷자, 멀리 인상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모스크인 줄 알았지만, 그것은 하이다르파샤(Haydarpasa) 기차역이었다.

오스만 제국 시절 지어진 이 역사적인 건물은 한때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던 철도 터미널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아들은 예전 이곳에서 홍합 케밥을 인상 깊게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그 맛을 찾으려 했지만, 소문난 노점들은 대부분 사라진 듯했다.

홍합케밥 &가지케밥

다행히 근처 식당에서 홍합밥과 가지 케밥을 발견해 주문했다. 홍합밥은 반으로 쪼갠 껍질 안에 양념 밥을 넣어 만든 음식으로, 바다의 풍미가 살아 있었다. 가지 케밥은 오븐에 구운 가지 속에 다진 양고기를 넣은 요리였다. 아내는 양고기의 향이 익숙하지 않아 가지만 골라 먹었다.


외곽 도시 이즈미트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다

저녁 무렵, 오늘의 숙소인 외곽 도시 이스미트(İzmit)로 이동했다. 아들은 다음날 여행지에 가기 위해 중간 기착지로 이곳을 선택했다고 했다. 약 130km 거리였고, 고속도로 사고 여파로 2시간 반 만에 도착했다. 숙소는 힐튼 계열의 체인 호텔이었고, 깔끔한 시설에 대형 쇼핑몰까지 인접해 있었다.

힐튼 호텔

아들과 아내는 피로와 포만감에 일찍 휴식을 택했고, 나는 혼자 백화점 안을 둘러보다 대형 슈퍼마켓에서 맥주 두 캔과 위스키, 간단한 안주를 샀다. 호텔로 돌아와 조용히 맥주에 위스키를 섞어 마셨다. 비행의 피로와 알코올이 어우러져 스르르 잠에 빠졌다.


다시 낯선 새벽, 또 하루를 준비하며

새벽 2시. 밴쿠버 시간으로는 오후 4시. 시차 속에서 깨어난 나는, 낯선 도시에서 또 하루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https://brunch.co.kr/@majubayo/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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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2025,5,09*새벽 4시, 기도 소리에 깬 첫날 아침-*오스만의 숨결, 그랜드 바자르 시장 구경*보스포루스를 건너, 카디쿄이 홍합 케밥의 추억, 다시 만난 이스탄불의 맛-*이스미트로의 이동, 낯선 도시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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