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호수, 바위 집, 그리고 말 위의 시간

터키 중부 630km 대장정에서 만난 투즈 괼과 괴레메의 낯선 아름다움

by 김종섭

아침 6시, 모두 일찍 기상했다. 어제의 여행으로 피로가 쌓였지만, 시차 적응에 어려움 없이 상쾌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7시부터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기다렸다가 식사를 마친 뒤, 7시 30분에 오늘의 첫 일정지인 투즈 괼(Tuz Gölü) 호수로 출발했다. 이곳은 터키의 대표적인 소금 호수로 알려져 있다.

총 464km, 약 4시간 20분의 거리. 예상보다 고속도로의 상태는 매우 양호했고, 차량 흐름도 막힘 없이 원활했다. 고속도로는 3차선으로 넓게 뻗어 있었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농장과 초원이 인상 깊었다. 가끔 지나가는 소 떼와 바람에 흔들리는 밀밭이 이국적인 풍경을 더해줬다.

이동 중 두 차례 고속도로 휴게소(Servis Alanı)에 들렀다. 휴게소는 크지 않았지만, 현지의 소박한 정취가 묻어나는 공간이었다. 간단한 커피와 요깃거리를 사 먹으며 잠시 쉬어갔는데, 커피 세 잔 가격이 만 원도 되지 않는 저렴한 물가에 놀랐다. 아마 이 나라의 생활 물가를 짐작케 하는 작은 단면이었으리라. 휴게소마다 각기 다른 지역 특산 간식과 먹거리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향신료와 말린 과일, 빵 종류도 다양했다.

정오 무렵, 드디어 투즈 괼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관광버스와 자가용이 줄지어 서 있었다. 호수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념품 상점을 통과해야 했는데, 입장료는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상점 방문을 유도하는 구조였다. 상술이 엿보이긴 했지만, 여행지에서 흔히 겪는 일이기도 했다.

투즈 괼은 터키에서 가장 큰 소금 호수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소금 호수다. 면적은 제주도의 약 3/4, 서울시 면적의 약 2.5배에 달한다고 하니 그 크기만으로도 압도적이다. 터키 전체 소금 생산량의 약 30%가 이곳에서 나온다고 한다.

여름철에는 물이 거의 마르고 새하얀 소금층이 드러나 마치 끝없는 설원이 펼쳐진 듯한 광경이 된다. 지금은 여름을 앞둔 시기로, 수면이 적당히 빠져 있어 소금 위를 걸을 수 있는 상태였다. 완전히 마르지는 않았기에 신발이 젖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발을 디뎌야 했다. 바닥의 소금 결정이 반짝이며 햇빛을 반사하고, 고요히 고인 물 위로 하늘이 투영돼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겨울이 되면 호수에 다시 물이 차오르면서, 거울처럼 수면 위에 하늘이 반사되어 더욱 몽환적인 장면을 만든다고 한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갈매기 울음소리와 거대한 호수의 침묵이 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상가 건물 내 화장실이 유료였다는 것. 관광지라는 점을 감안해도, 최소한의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이제 오늘의 본격적인 목적지인 카파도키아 지역의 괴레메(Göreme) 마을로 향했다. 투즈 괼에서 다시 173km, 약 1시간 50분가량을 더 달려야 했다. 고속도로는 여전히 막힘 없이 순조로웠고, 토요일임에도 교통 체증은 전혀 없었다.

오후 2시경, 마침내 괴레메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 총 주행 거리 약 630km, 운전 시간만 6시간을 훌쩍 넘긴 대장정이었다. 미리 예약해 둔 호텔에서 체크인을 마쳤다. 이 호텔은 실내 공간은 고풍스러우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괴레메는 바람과 물에 의해 자연적으로 침식된 기암괴석들이 마치 동화 속 풍경처럼 펼쳐지는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명소다. 기상 상태에 따라 운영 여부가 좌우되는 열기구 투어를 위한 정보를 호텔 직원을 통해 알아보았으나, 오늘은 바람이 강해 아쉽게도 운행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기대했던 열기구 체험이 무산된 데 따른 아쉬움이 컸지만, 대신 승마 투어(Horseback Riding Tour)로 일정을 조정했다.

오후 4시 30분 승마 예약까지는 시간이 남아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괴레메 마을 중심부에 있는 현지 식당을 찾아갔고, 터키 전통 요리 중 하나인 ‘테스티 케밥(Testi Kebabı)’을 주문했다. 뜨겁게 달군 항아리를 망치로 깨뜨려 고기와 야채를 꺼내는 퍼포먼스가 인상 깊었고, 맛도 깊고 진했다. 사실 맛보다는 그 조리 방식의 특이성에 더 끌려 선택한 메뉴였다.

예약된 시간, 호텔 프런트에서 미니버스 도착 연락을 받고 밖으로 나갔다. 함께 말을 타게 된 인원은 총 12명. 다섯 명의 마부가 동행했고, 간단한 승마 교육을 받은 후 말안장에 올랐다. 제주도 신혼여행 이후 두 번째 승마 체험이었다. 총 2시간 동안 괴레메 협곡을 따라 말을 타고 이동했다.

자연의 침식으로 깎인 기묘한 바위들 사이로 고대 돌집 유적지가 남아 있었고, 바람과 햇살, 시간의 결이 새겨진 이 협곡은 마치 영화 속 판타지 세계처럼 느껴졌다. 중간중간 마부들이 가족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주는 친절한 서비스도 있었다.

하지만 앞서 가는 말들의 무거운 발걸음을 보며 문득 동정심이 들기도 했다. 매일 사람을 태우고 걷는 말들의 삶이 고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낯선 자세로 인해 허리와 엉덩이에 통증도 있었고, 솔직히 말해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두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도중에 한 여행자가 말에서 떨어지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지만 큰 부상은 없었다.

투어를 마친 뒤, 헬멧을 반납하고 나오자 우리 모습이 담긴 사진이 액자에 담겨 판매되고 있었다. 언제 찍었는지도 모르게 촬영된 사진이었다. 구매는 자유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장씩 구입했다. 우리도 세 장을 구매하려 했지만 아내와 아들은 원하지 않아 결국 내 것만 200리라(약 7천 원)에 구입했다.


숙소로 돌아온 후, 곧바로 야경을 즐기기 위해 마을 중심 고지대를 향해 걸었다. 야경으로 전망 좋은 레스토랑을 선별하여 들어갔다. 점심을 늦게 먹은 탓에 허기가 크지 않아, 맥주 두 병과 칵테일 한 잔, 간단한 과일 안주와 윙만 주문했다. 음식보다는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고요한 야경을 즐기려는 목적의 자리에 가까웠다. 비싼 자릿세를 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큼 목적에 기대기에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이기도 했다.

. 식사를 마친 후, 마을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올라 야경을 좀 더 감상했다. 황혼 속에 기암괴석들이 점점이 불빛을 품으며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동화 속 한 장면처럼, 현실이 아닌 것 같은 순간이었다.

오늘 하루, 총 630km를 달려온 긴 여정 속에서 마주한 하얀 소금 평원, 바위 속 집들과 협곡에서의 승마 체험, 항아리 케밥의 색다른 맛, 그리고 이국적인 밤 풍경. 아마도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이 장소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소중한 기억을 쌓았다.


*여행기록 *2025.05.10*투즈 괼(Tuz Gölü) 호수-*카파도키아 지역의 괴레메(Göreme)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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