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흘라라 계곡의 아쉬움, 안탈리아의 짜릿한 바다수영 그리고 석양 속 만찬
데린쿠유(Derinkuyu) 지하 도시를 둘러본 뒤, 우리는 계획에 없던 여행지 으흘라라 계곡(Ihlara Valley)으로 향했다. 데린쿠유에서 약 35km 떨어진 이 계곡은 길이 14km, 깊이 100m에 달하는 장엄한 자연의 경이로움을 간직한 곳이다.
이흘라라 계곡 인근에는 셀리메 수도원(Selime Manastırı)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잠시 수도원에 들러 입구에 차를 세우고 외부 전경을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음 목적지와의 거리와 이동 시간을 고려해 내부 관람은 포기하고, 외관과 주변 풍경만 눈에 담은 채 아쉬움을 안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최종 목적지는 터키 남서부 지중해 연안의 대표적인 휴양 도시, 안탈리아(Antalya)였다. 수도원에서 안탈리아까지는 무려 443km. 단순 주행 시간만도 약 5시간 45분이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하지만 아들은 긴 운전에도 피로한 기색 없이 한 번의 휴식도 없이 달려, 오후 5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안탈리아에 도착했다.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구시가지(Kaleiçi) 인근 절벽 위에 자리한 ‘라마다 플라자 안탈리아(Ramada Plaza Antalya)’였다.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로 올라가니, 베란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지중해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붉은 석양이 내려앉은 바다를 마주한 그 순간, 장시간의 피로는 눈 녹듯 사라지고 마음은 평온해졌다.
호텔은 일반적인 백사장 해변이 아닌 수직 절벽 해안에 세워져, 바다로 직접 내려갈 수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호텔 지하로 내려가면 터널 연결 통로가 나온다. 터널을 지나면 선베드 데크와 야외 수영장이 펼쳐지며, 그 아래 계단을 통해 곧바로 지중해로 들어갈 수 있다.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지중해에서의 바다 수영이었다. 수영복, 아쿠아슈즈, 물안경까지 철저히 준비해 온 우리는 수영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마쳤다. 아내와 아들은 능숙하게 바다 위 데크까지 헤엄쳐 나갔고, 나는 몇 주 전 다친 팔의 통증이 아직 남아 있어 끝내 발만 물에 담그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모든 준비를 마쳤음에도 수영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처럼, 이날은 뜻밖의 행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과 마주한 공원에서는 ‘2025 안탈리아 음식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고, 공교롭게도 이날이 바로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다. 세계 각국의 향토 음식과 음악이 어우러진 현장은 인산인해였지만, 우리는 호텔 뷔페를 미리 예약해 둔 덕분에 축제는 짧게 한 바퀴만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저녁 식사는 그 자체로 충분히 특별했다. 터키 전통 음식부터 지중해식 해산물 요리, 다채로운 샐러드와 디저트까지 하나같이 훌륭했다. 붉게 물든 노을, 잔잔한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한 만찬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더불어, 어제 카파도키아에서 점심을 함께했던 부부 일행을 우연히 이곳 식당에서 다시 만나 짧은 인연의 묘한 울림도 느낄 수 있었다.
식사 후 우리는 공원을 따라 칼레이치 구시가지 산책에 나섰다. 오스만 시대의 전통 가옥과 고풍스러운 골목이 어우러진 이곳은 걷기만 해도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준다. 마지막으로 하드리아누스의 문(Hadrian’s Gate) 앞에 섰고, 그곳에서 사진 한 장을 남기며 협곡에서 지중해까지 이어진 터키의 하루를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여행 기록 2025.5.11 오후 *셀리메 수도원(Selime Manastiri)-*안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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