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묵칼레로 가는 길목에서 들른 올루데니즈, 아내는 결국 하늘을 날았다
터키 남서부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 카쉬(Kaş) 숙소에서 아침 6시, 세계적인 패러글라이딩 명소 올루데니즈(Ölüdeniz)로 출발했다. 약 102.5km 거리로, 승용차로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길이다. 이른 시간이라 도로는 한산했고,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절경은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다만 도로가 구불구불해 끝까지 긴장하며 운전해야 한다.
지도에 작게 표시된 조용한 마을 올루데니즈. 막상 도착하자마자 마음속에 ‘꼭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저장됐다. 에메랄드빛 바다, 부드럽게 감싸는 산맥, 따스한 햇살 아래 펼쳐진 해변 풍경은 굳이 말이 필요 없었다.
여행을 준비하며 아들은 “패러글라이딩 할 생각 있냐”라고 물었고, 아내는 그땐 “할래” 쪽이었다. 하지만 실제 여행이 시작되자 마음이 바뀌어 “무서울 것 같아, 안 탈래”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파묵칼레로 가는 길목에 올루데니즈가 있어 “어차피 지나는 길인데, 풍경이나 보자”며 잠시 들르게 되었다.
이른 출발 덕분에 여유롭게 주유와 휴식을 하며 오전 9시경 도착했다. 도착하자 아들은 다시 아내에게 패러글라이딩을 권했다. “일생에 한 번 뿐일 수도 있어”라는 말이 아내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갑작스럽게 탑승을 결심했다. 곧바로 업체에 등록하고, 비행시간 20분 내외에 보험, 동영상과 사진 촬영이 포함된 패키지를 카드로 결제했다. 유로로 환산하면 120달러, 한화로 약 20만 원 정도였다. 이 비용은 아내의 만족도에 따라 충분히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는 금액이었다.
9시 반쯤 예약을 마치고, 11시에 차량으로 이륙 지점까지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산 정상까지는 차로 약 30분. 11시 30분이면 아내는 하늘을 날게 될 예정이었다.
우리는 해변가의 한 카페에 들러 양고기 케밥, 치킨 케밥, 버섯오믈렛 그리고 커피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했다. 아들과 나는 아내가 날아오르기를 기다리며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길거리나 관광지 주변에는 주인 없는 개나 고양이들이 야생동물처럼 살아간다.
음식을 먹고 있는데 한 마리 고양이가 슬며시 다가오더니, 넉살 좋게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먹을 것을 달라는 애교였다. 고양이도 먹고살려면, 애교 작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오전 11시, 잠시의 기다림 끝에 아내는 손을 들어 경쾌하게 브이(V) 자를 그리며 버스로 일행과 이동을 했다. 아내의 뒷모습은 설렘과 기대 이면에 공포감도 엿보였다. 탑승한 버스 안에서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내왔다. 해발 1,900m의 바바다그(Babadag) 산에서 이륙하는 텐덤(2인승) 패러글라이딩은 올루데니즈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든 백미라 한다. 에메랄드빛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날며 내려다보는 풍경은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결코 다 담을 수 없는 장관이다. 머릿속에 오래도록 간직될, 오직 자신만의 기억으로 남을 풍경일 것이다.
11시 30분쯤, 아들과 함께 업체 사무실 앞으로 나갔다. 무전기를 통해 아내가 탄 패러글라이더는 노란색이라고 안내받았다. 하늘에는 수많은 패러글라이딩이 새처럼 펼쳐져 묘기를 부리며 내려오고 있었다. 혼자 비행하는 사람들도 꽤 많아 보였다. 아들은 처음 탔을 때 공포심이 있었지만, 막상 날자마자 그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말해줬다. “아빠도 탔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때, 하늘 높이 떠 있던 주황색 패러글라이더가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아내가 잔디밭에 조심스럽게 발을 딛는 순간, 우리는 사진에 담았다. 아들과 함께 장군처럼 돌아온 아내에게 박수를 보냈다.
“안 탔으면 평생 후회할 뻔했어.”
아내는 하늘에서 본 바다의 아름다움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목소리는 들뜬 감동으로 가득했다.
탠덤 파일럿은 “동영상 편집이 필요하다”며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우리는 사무실에서 기다렸고, 약 20분 뒤 비행 영상이 담긴 파일을 휴대폰에 받아볼 수 있었다. 명함 한 장과 함께 “영상은 한 달간 보관되니 문제 생기면 연락하라”는 안내도 받았다.
이후 예정됐던 파묵칼레에서의 열기구 체험은 강풍으로 무산됐지만, 그날 아내는 최고의 날씨에 최고의 경험인 패러글라이딩을 하게 되었다.
“안 탄다, 탈까?”를 반복하던 아내가 결국 하늘을 날게 된 것은 이 여행의 가장 멋진 반전이었다. 돌아온 후 아내는 주변 친구들에게 패러글라이딩 이야기를 자랑처럼 전했고, 촬영된 영상을 공유하며 그날의 감동을 오래도록 되새겼다.
남편인 나는 아내의 용기 있는 도전에 대리 만족을 느끼며, 그날 오후 다시 파묵칼레의 석회온천을 향해 차를 몰았다. 하늘을 난 하루, 그 장면은 우리 부부의 여행 기억 속에 오래도록 선명하게 남을 것이다.
여행기록 2025.5.12 (오전)- *올루데니즈(Ölüdeniz)페러글라이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