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항공의 진짜 ‘값’은 따로 있었다
튀르키예 여행을 마친 후 귀국길에 올랐다. 이스탄불에서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이동한 뒤, Condor Airlines(곤도르 항공)을 이용해 밴쿠버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항공권 예매 당시부터 좌석 배정과 수하물 등 대부분의 서비스가 유료 옵션으로 설정되어 있었고, 특히 기내 수하물은 2kg 이상일 경우 별도 결제가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좌석 지정도 마찬가지로, 원하는 자리를 선택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밴쿠버에서 출국할 당시만 해도 이런 제약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곤도르 항공 직원에게서 “기내 수하물은 누구나 8kg까지 무료로 반입 가능하다”는 설명을 직접 들었기에, 귀국길에서 이 규정이 문제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진행하던 중,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아내는 사전에 8kg 수하물 업그레이드를 결제해 둔 상태였고, 그 배낭을 내가 대신 들고 있었을 뿐이었다. 수하물의 무게는 규정 안이었고, 결제 영수증도 함께 제시했지만, 항공사 직원은 “결제한 사람 본인이 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추가 요금을 요구했다.
부부가 함께 여행 중이라는 설명도, 실제 무게가 초과되지 않았다는 점도 직원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단지 짐을 들고 있는 사람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요금을 강요받는 상황에, 나는 적지 않은 당혹감과 불쾌함을 느꼈다. 마치 고객을 잠재적 위반자로 간주하고, 틈만 나면 수익을 끌어내려는 듯한 태도였다.
기내에 들어서자 또 하나의 의문이 생겼다. 좌석의 상당 부분이 비어 있었던 것이다. 사전에 좌석 지정 요금을 따로 내야만 한다는 말에 불편함을 감수했는데, 정작 비행기에는 텅 빈자리가 눈에 띄게 많았다. 고객에게 추가 비용을 부담시키면서도, 실제 운영에서는 자리를 채우지 못한 모순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곤도르 항공은 ‘저가 항공’이 아니라 '저가 요금'이라는 요금제로 한정된 고객을 타깃으로 삼아,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유료화하며 고객의 불편을 감수하게 만들고 있었다. 문제는 단지 요금의 문제가 아니라, 융통성 없는 태도와 불친절한 응대에 있었다. 설명을 반복해도 듣지 않고, 정해진 규정만을 기계적으로 내세우는 모습은 서비스라고 부르기 어려웠다.
여행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탑승 수속을 밟는 입장에서, 이런 대응은 감정적으로 큰 상처로 남는다. 더욱이 일부 항공사들은 연착이나 지연에도 제대로 된 안내 없이 당연하다는 듯 넘기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런 경험들이 반복되면, 항공사들이 고객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자연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한 불만 표출이 아니다. 저가 항공의 숨겨진 조건과 예상치 못한 불편을 미리 알리고, 여행자들이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함이다. 여행은 원래 설레고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야 한다. 하지만 비용을 아끼려다 감정적 스트레스와 불쾌한 기억만 남는다면, 그 여행은 ‘싸게 산 티켓’이 아닌 ‘비싸게 치른 대가’가 될 수 있다.
물론 항공사 측에도 나름의 운영 전략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빈 좌석이 많았던 상황에서도 고객에게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같은 날 아들은 우리와 비슷한 거리인 인천공항까지 연결 노선도 아닌 직항 편을 100만 원에 티켓을 예매했지만, 우리는 경유 편을 선택하고도 130만 원을 지불해야 했다. ‘저가 항공’이라는 말이 무색한 가격 구조였다.
결국 이번 유럽 여행의 마지막 관문은 불쾌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고, 다음 여행에서는 Condor Airlines를 다시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행의 마지막은 가벼운 마음으로 마무리되고 싶었지만,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