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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었다

한국과는 다른 캐나다의 팁 문화, 그 불편함을 이해하기까지의 시간

by 김종섭

한국에서는 팁을 주는 문화가 거의 없다. 간혹 특정한 분위기나 자리에서 ‘팁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관행으로 자리 잡은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참치 전문점에서 셰프가 직접 테이블로 와 다양한 부위를 설명해 주고, 술 한 잔까지 따라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자연스럽게 감사의 뜻으로 팁을 건넸다. 나 역시 그런 상황에서 종종 팁을 준 기억이 있다. 말 그대로, 팁이기전에 자발적 감사의 표현이었다.

물론 솔직히 말하자면, 목적이 포함될 때도 있다. 팁을 건네면 더 좋은 부위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도 작용하긴 했다. 그러나 이런 경험은 일부 고급 요식업에서나 가능한 일이었고,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팁은 여전히 낯선 개념이었다.

반면, 캐나다에서 팁은 ‘선택’이 아닌 ‘의무’에 가까웠다. 단순한 예의나 호의가 아니라, 사회적 약속이자 암묵적인 의무처럼 보였다. 처음 이 문화를 접했을 땐 당황스럽고 어색했다. 그래서 계산은 자연스레 나보다 이민생활을 오래 한 아내 몫이 되었다. 내가 직접 계산하고 팁까지 건네는 일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 피하려 한다. 아직까지 직접 계산한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식당에서는 단순히 음식을 테이블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만으로도 팁이 요구된다. 한국처럼 밑반찬이 무제한 제공되는 것도 아니고, 간혹 물 한 잔을 더 요청하는 게 전부인 경우에도 팁을 줘야 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처음에는 “서비스 요금이 이미 음식값에 포함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겼고, 자연스레 반감도 따라왔다.

게다가 메뉴판에 적힌 가격은 ‘실제 가격’이 아니다. 계산할 때 세금과 팁까지 더해지면 음식값의 최소 30% 이상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계산을 할 때만큼은 순간 종업원의 눈치를 살피는 일이 반복된다. ‘이렇게까지 팁을 줘야 하는 일에 신경 써야 하나’ 싶은 자괴감이 한때는 밀려오기도 했다.


이민 초기엔 10% 정도가 팁의 보편적인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결제 단말기에 표시되는 팁 비율은 대부분 15%, 18%, 20%로 이 미적으로 세팅되어 있다. 10%라는 팁은 아예 사라졌다. 물가가 올랐다고 팁까지 인상된 셈이다. 직접 금액을 입력하려면 ‘기타(Other)’를 눌러야 하지만, 번거로운 과정을 피하려다 보니 결국 기계가 제시한 비율을 그냥 선택하게 된다.

이쯤 되면 팁은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시스템에 내장된 ‘의무 항목’처럼 느껴진다.

더 놀라운 건 팁을 요구하는 범위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술을 직접 고르고 계산만 하는 주류 판매점에서도 단말기에 팁 항목이 뜬다. 어떤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았는데 황당한 일이다. 보다 못해 뻔뻔해 보이기까지 한다. 요즘은 팁까지도 더 받으려고 마치 문어발처럼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느낌이다.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다. 호텔을 떠날 때 침대 머리맡에 팁을 남기는 일이 일종의 매너처럼 여겨진다. 유럽에도 팁 문화는 존재하지만, 캐나다나 미국처럼 팁이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곳은 드물다.

게다가, 캐나다의 팁 문화는 종업원의 생계와도 직결된다. 팁을 받는 업종의 종업원은 최저시급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팁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이 팁을 주지 않으면 사실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구조를 만들었고, 그 구조가 팁을 더 강제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러한 문화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단순히 낯설어서가 아니라, ‘당연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과정이 더 오래 걸렸다. 어느 순간부터 팁을 주는 일이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의 규범과 질서를 존중하는 일종의 참여 행위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이민자들은 팁을 생략하기도 한다. 나는 이것이 단순히 문화 차이나 경제적 부담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랜 이민 생활 속에서 겪는 감정의 피로, 혹은 끝내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는 거리감이 더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낯선 땅에 정착한다는 건 단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규범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시간이자 싸움이다. 이해한다고 해서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여전히 “이건 좀 과한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낯선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끊임없는 시도야말로, 이민자로서 해나가야 할 숙제다.

여행지에서 낯선 물과 음식에 몸이 쉽게 반응하듯, 마음도 새로운 환경에 서서히 물든다. 아직도 팁을 건넬 때면 어딘가 불편하고 망설여지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나는 점점 ‘이곳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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