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한 마리로 시작된 아침의 뜻밖의 해프닝
일요일 아침, 막바지 8월의 여름햇살이 뜨겁게 내리쬔다. 아내는 더 햇살이 강해지기 전에 아침 일찍 산책을 다녀오자고 했다.
예전에는 숲길 산책이 단순한 일상이었지만, 몇 주 전부터 아내의 고관절 통증 때문에 산책은 재활의 의미가 더해진 ‘의무감 산책’이 되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평소보다 햇살이 강해 일찍 산책길에 나섰다. 다니던 호수공원 코스는 생략하고, 숲길만 두 바퀴 돌기로 했다. 숲길에는 잠시 쉬어갈 벤치가 없다는 것이 다소 마음에 걸렸다. 평상시라면 쉬지 않고 그냥 지나쳤겠지만, 아내가 아픈 관계로 한 바퀴를 거의 다 돌고 쉬어가기로 했다.
마침 숲 속에는 정리된 고사목 몇 개를 잘라 만든 나무토막이 놓여 있어, 앉기에 딱 좋은 임시 벤치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며 휴식을 가졌다.
사진 설명: 숲 속 깊은 곳, 고사목을 잘라 만든 임시 벤치에서 잠시 쉬고 있는 모습.
잠시 쉬고 다시 걸음을 옮기는 순간, 갑자기 아내는 "미안해요"라는 말과 함께 내 뺨을 한 대 때렸다. 미리 미안하다는 말이 앞서 순간의 놀라움은 피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모기 한 마리가 내 뺨에 내려앉은 것이었다. 평소 숲 속 깊은 곳에서는 모기를 만날 수 있어, 아내는 미리 “모기가 있을 수 있다”라며 경고했었다. 다행히 아내의 재빠른 손길 덕분에 모기는 압사했고, 피 한 방울 없이 상황은 종료됐다.
그 순간 아내는 웃으며 장난 섞인 말들을 던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힘껏 때릴걸!”
“못 잡았으면 얼마나 원망했겠어요?”
평생 아내에게 뺨을 맞는 일은 내 평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늘 아침 모기 한 마리 덕분에 뜻밖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산책을 하며 평소 다른 부부들이 싸운 사람들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을 때를 종종 보아왔다. 우리는 평상시 대화를 나누며 나란히 걷는 편이다. 아내는 남편인 나의 얼굴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걸었던 것 같다. 그 시선 속에서 모기를 발견했고, 나는 아내의 뺨 강타가 뜻하지 않은 애정 행각으로 변했다.
햇살과 숲향기, 작은 웃음이 섞인 아침의 산책. 오늘 하루, 모기 한 마리 덕분에 부부의 일상은 한층 더 활기 있게 시작되었다. 나는 오늘 산책에서 아내의 뺨 한 대의 손길과 눈길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속으로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