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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번째 인생, 브런치에서 만난 작가의 꿈

브런치에서 기록한 7년, 이민자의 낯선 삶을 글로 옮긴 두 번째 인생

by 김종섭

오십 대 중반, 나는 낯선 이민 생활 속에서 하루하루를 조심스레 걸어가고 있었다. 캐나다로 이민 온 나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문화 속에서 길을 더듬듯 하루를 보내곤 했다. 어느 순간, 마음이 허전하고 마음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다시는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막막한 날들 속에 서 있는 듯했다.


그 막막함 속에서, 나는 작은 위안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바로 글쓰기였다. 2018년 6월,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첫 글의 제목은 「한국의 음주문화와는 또 다른 캐나다 음주문화」였다. 뜻밖에도 조회수가 5만 명이 훌쩍 넘었다.


그때, 글을 쓴 나 자신도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다. 조회수가 이렇게 올라간다는 사실은, 글을 쓰는 즐거움과 매력을 처음으로 몸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처음 만난 브런치 스토리의 세계에 나는 첫날부터 설렘과 흥분으로 빠져들었던 것 같다.


그때의 글쓰기는 단지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래고, 이국땅에서의 무료함을 채우려는 소박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글쓰기는 내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작은 행복을 선물하는 특별한 일이 되어갔다.

그리고 어느덧 60대에 접어든 지금, 나는 브런치 안에서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글이 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민자의 시선으로 마주한 낯선 풍경과 처음 겪는 새로움 들을 글로 옮기면서 기록은 단순한 생활의 흔적을 넘어섰다. 내가 다 꺼내지 못했던 속마음, 세상과 조금은 어긋난 감정까지도 글 속에 담아 날랐다. 텅 빈 화면 위에 이전에 쓰지 않았던 새로운 단어들이 차곡차곡 쌓여 이야기를 만들어 갈 때마다, 나는 마치 또 다른 세상을 만난 듯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

무엇보다 글을 통해 사람을 만났다. 누군가가 눌러준 하트 모양의 공감, 짧은 댓글 하나, ‘잘 읽었다’는 흔적 하나가 내게는 큰 힘이 되었다. 특히 젊은 세대의 독자들이 내 글에 공감하며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해줄 때면, 세대의 거리를 넘어 마음이 이어지고, 나 자신도 훨씬 젊어진 느낌에 놀라곤 했다. 글을 매개로 이어지는 사람들과의 연결이야말로 내가 글쓰기를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되어갔다.


이제 나의 출근길은 더 이상 도심의 사무실도, 작업 현장도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내 아침은 늘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다. 햇살이 가득한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는 일은 비록 ‘일터’라는 명분은 사라졌지만, 인생 2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고 있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다가올 내일의 일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이 시간이 지금 내 삶을 가장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채워주고 있다.


또 하나 브런치를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선물은 바로 ‘사람’이다. 지난 7년 동안 글을 통해 만난 구독자는 이제 2천 명에 가까워졌다. 그 안에는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글이 아니었다면 평생 만나지 못했을 인연들이다. 우리는 서로의 글을 읽고, 댓글을 통해 마음을 나누며, 때로는 서로의 삶을 지탱해 주는 동반자가 되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글을 쓰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이 스쳐갔다. 언젠가 손끝이 멈추고, 글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불안은 나를 멈추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을 더 충실히 살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더 많이 쓰고, 더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고 싶다는 열정이 다시 손끝을 움직이게 한다.


지금 브런치에 쌓여 있는 나의 글들은 일상과 추억, 그리고 꿈의 흔적들이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잠시 멈춰 서서 웃거나 눈시울을 붉였다면, 그것만으로도 작가의 꿈이 현실이 되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나는 내 속도대로 묵묵히 글을 써 내려갈 것이다. 글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위로를 남기고, 또 다른 이에게는 삶을 이어갈 힘이 되는 순간들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내가 바라는 작가로서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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