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처음 받는 안과검사 이럴 줄 몰랐다

의료보험에 대한 검사 비용이 없는 경우, 타국의 의료 시스 템 조각 법

by 김종섭

몇 주 전 패밀리 닥터에게 받아둔 소견서를 들고, 예약 날짜에 맞춰 오늘 안과를 방문했다. 사실 안과는 내 생애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눈 건강에 무심하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안과 진료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기도 했다.

몇 달 전부터 눈이 침침하고 가끔 눈곱이 낀 것처럼 흐릿해지는 불편함이 있었다. 노화의 징조라는 것을 직감하면서도,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고 싶어 안과 문을 두드렸다.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인 MSP(의료보험)는 기본적으로 전액 무료다. 병원을 나설 때 지갑을 열 일이 없는 환경에 익숙해진 터였다. 검사는 꽤 정밀했다. 안과 기계 장비를 이용하여 4단계에 걸친 눈 검사를 마친 뒤에야 안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의사는 증상을 듣더니 다시 정밀 검사를 시작했다. 진단은 '백내장 초기'와 안구 건조증이었다. 당장 시술할 단계는 아니니 1년에 한 번 정기 검진을 받으라는 처방과 함께, 가끔 막히는 눈물샘 관리를 위한 보조제와 따뜻하게 눈 주위를 찜질하라는 처방전을 써주었다.

함께 간 아내는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 시력 검사도 함께 받으면 좋겠다고 했다. 병원에 가면 최초 혈압 검사부터 하듯이 시력 검사는 안과 진료의 기본 과정인 줄로만 알았다. 의사 검사가 끝나도록 시력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별도로 요청을 했다. 시력 검사가 끝난 후, 의사는 뜻밖의 말을 했다. 시력 검사 비용은 MSP 커버가 되지 않아 별도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
캐나다에서 치과를 제외하고 수납 창구에서 돈을 내본 적이 없었는데, 직원은 120불(약 12만 원)이라는 청구서를 내밀었다. 갑자기 수납을 하라는 소리에 당혹스러웠다. 사전 검사 비용에 관해 공지도 없이, 그것도 수십 불이 아닌 백 불이 넘는 금액을 나중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사전 공지가 없었기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항의를 했다. 병원 측은 사전 통보 미흡을 인정한다면서 비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했지만, 왠지 죄지은 사람처럼 마음 한구석은 씁쓸했다.

집에 돌아와 인공지능(AI)을 통해 확인해 보았다. 캐나다에서 시력 처방전 발행비는 보통 100~150불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 또한 유료지만 건강보험 덕에 본인 부담금이 미미해 진료받는 사람들은 '공짜'로 착각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사실 한국에서 생활할 때에는 안경원에서 수차례 무료 시력 검사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 '안과 진료도 안경점처럼 당연히 무료일 것'이라는 생각의 오해를 낳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의료진이 백내장이나 망막 상태를 살피는 '질병 검사'와 안경 도수를 재는 '시력 테스트'를 엄격히 구분한다는 사실을 나는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예전에는 가보지 않았던 진료 과목들이 늘어난다. 병이 깊어지기 전 안전을 확보하려는 행위가 때론 '건강 염려증'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파 죽기 전까지 병원을 멀리하자는 주의의 옛 방식이 변해갔다. 이제는 작은 징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금의 과민함이 60대 이후의 삶을 지키는 나름의 생존 전략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국은 문밖만 나서면 병원 문턱이 낮아 건강을 가깝게 지키기 좋지만, 캐나다는 전문의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길고 복잡해 병을 키우기 쉽다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예전에는 가벼운 표어로 인식되었었다. 이제 건강의 기본은 결국 정확한 진료 결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오늘의 해프닝은 '캐나다는 무조건 무료'라는 익숙함이 낳은 의아함이었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내 몸의 노화를 인정하는 법과, 타국의 의료 시스템을 이해하는 법을 동시에 배웠다. 60대 이후, 병원은 이제 내 삶의 또 다른 출입구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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