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 불 잭팟 터뜨린 교민... 이민자의 행운과 그보다 귀한 것
가끔씩 복권방을 지나칠 때면 복권을 사야겠다는 유혹이 생겨난다. 하지만 어떤 날은 복권방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사야 할 때가 있어 그냥 포기하고 지나쳐 버리곤 했다. 수많은 사람이 당첨의 꿈을 안고 줄을 서 저 복권을 사고 있는데, 과연 나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올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 때문이다.
며칠 전 캐나다 교민신문에서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에드먼턴에 거주하는 한인 이태성 씨가 1,500만 달러(약 160억 원) 로또맥스 1등에 당첨되었다는 것이다. 뒤늦게 알려진 이 소식은 오늘까지도 한국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을 만큼 화제가 되었다. 오늘 환율인 1,064.49원으로 계산해 보면 무려 159억 6천만 원이 넘는 거액이다.
한국에서도 매주 당첨자가 나오지만, 이번 캐나다 당첨금은 그 규모부터가 남달랐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당첨자를 대하는 방식이다. 한국과 달리 캐나다는 당첨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당첨자는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 적힌 커다란 당첨금 팻말(인증숏용 대형 수표)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나도 새해를 맞아 복권을 샀다. 항상 살 때는 '649 로또'라 불리는 6 숫자로 구성된 복권을 산다. 복권 가격은 한 줄에 3불이다. 649 로또는 6개의 숫자를 맞춰야 하지만 이번에 한인이 당첨된 로또 맥스는 7개를 맞추어야 해서 당첨금이 가장 큰 복권 중 하나다.
사실 나는 복권을 사놓고도 바로 확인하지 않는 버릇이 있다. 어떤 때는 몇 주가 지나서야 슬그머니 꺼내 번호를 맞춰보곤 한다. 잊어버려서가 아니다. "나에게 무슨 행운이 있겠냐"는 체념 섞인 마음으로, 실망할 순간을 조금이라도 뒤로 미루고 싶은 심정 때문이다. 살 때는 세상을 다 얻을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풀지만, 막상 확인하려 하면 확률의 벽 앞에서 작아지는 나를 발견한다. 이번 연초에 산 복권 역시 숫자 단 하나만을 맞춘 채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흥미롭게도 이번 1등 당첨자 역시 나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작년 10월에 구매한 복권을 해를 넘겨 1월이 되어서야 확인했다. 무려 석 달 동안이나 당첨 사실을 모른 채 지낸 것이다. 어쩌면 그분 역시 "당첨됐을 리 없다"는 무심한 마음으로 지갑 한구석에 복권을 방치했던 것은 아닐까. 내가 매번 그러하듯, 기대와 포기 사이에서 확인을 미뤄왔던 그 시간이 그에게는 160억 원이라는 거대한 행운을 숙성시키는 시간이 되었던 셈이다.
추첨 전, 당첨금을 어떻게 쓸지 상상하는 시간은 참으로 즐겁다. 이번 당첨자는 가장 먼저 "고국에 계신 어머니를 만나러 가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집 융자(모기지)를 갚고 새 차를 사는 일상적인 계획들을 덧붙였다.
이민자로서 그가 전한 소감 중 첫마디가 "고국에 계신 어머니를 만나러 가고 싶다"는 말이었다는 점에 가슴이 뭉클했다. 몇 년 전 어머니를 떠나보낸 나에게는 이제 복권이 당첨된다 한들 고국에서 반겨줄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다. 160억이라는 거액보다, 만날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는 그분의 '또 다른 복'이 훨씬 더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복권 1등의 확률은 희박하다. 하지만 누구나 예외 없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그 간절하면서도 희박한 가능성이 우리를 꿈꾸게 한다. 다음 주에는 내가 저 당첨금 팻말을 들고 언론에 공개될지도 모른다는 유치한 상상까지도 해보게 된다. 그 잠깐의 상상만으로도 팍팍한 이민 생활에 작은 행복이 깃든다. 그것만으로도 로또 한 줄이 주는 의미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