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꿈 해몽까지 인공지능에게 묻는다

로또복권을 사고 그 행운과 판단을 AI에게 맡긴 하루

by 김종섭

새벽녘 꿈이 유난히 선명했다. 꿈속에서 나는 누군가를 극진히 의전하고 있었고, 그 인물은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도 한국도 아닌 미국의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였다. 꿈은 늘 그렇듯 앞뒤가 맞지 않았고, 장면은 빠르게 전환됐다.

의전이 끝나갈 무렵, 대통령은 급한 용변으로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 공용 화장실은 모두 잠겨 있었고, 나는 다급한 마음에 상인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상가주인이 건네준 열쇠고리에는 ‘미래’라고 적혀이었다. 1층을 샅샅이 뒤진 끝에 2층으로 올라가 전용 화장실을 찾아냈고, 그제야 대통령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잠에서 깼는데도 꿈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텐데, 요즘의 다르다. 길을 찾을 때도, 물건을 고를 때도, 판단이 필요할 때마다 나는 점점 사람보다 인공지능에 먼저 묻게 된다.

새벽에 꾸었던 꿈을 아침에 일어나 인공지능에 입력했다.

AI는 꿈의 해몽을 “막힌 상황이 해결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거나 받으며 일이 풀리는 흐름”이라고 해석했다. 꿈속 대통령이 위기를 모면한 장면은, 귀인을 만나 막힌 일이 풀린다는 의미도 연결되어 있었다. 행운과 의외의 도움도 주어지고, 그에 따른 사회적 상승까지. AI는 단순한 분석이 아닌 포괄적인 꿈에 깃든 행운의 기운까지 짚어 내었다.

인공지능은 꿈속 장면을 복권 당첨에 가능한 숫자로도 풀어냈다. 등장인물, 장소, 도구를 나누어 설명하며 행운의 숫자를 나열했다. 인간 해몽가 대신 AI가 꿈을 해석하고, 복권 번호까지 제안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꿈 이야기를 오전에 하면 복이 달아난다는 속설 때문에,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오전 내내 기다렸다. 아내에게는 그저 “좋은 꿈을 꿨다”고만 말했다. 평소 요행에 관심조차 없던 아내는 좋은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만을 듣고 뜻밖에도 복권을 사러 가자고 했다. AI가 해석한 꿈속 장면과 숫자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막힌 일이 풀린다, 귀인을 만난다’는 예감처럼, 복권으로 대신하여 행운을 믿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집 앞 쇼핑몰 2층 복권방으로 향하며, 나는 AI의 분석과 꿈이 가져다준 운의 기운을 동시에 떠올렸다.

결국 우리 부부는 AI가 분석한 숫자를 무시하고 그냥 자동으로 로또 맥스를 한 장 샀다. 즉석복권도 하나 샀다. 집에 돌아와 즉석복권을 긁었을 때는 당첨과 직결되는 조합된 숫자가 하나도 없어 보였다. 사실 당첨 방식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미 긁어본 즉석 복권 사진을 다시 인공지능에게 보여주었다.

“축하합니다.”


AI를 통해 확인해 보니 놀랍게도 25달러에 당첨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당첨 방식을 잘못 이해해서 하나도 되지 않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큰 금액은 아니지만, 꿈의 기운과 AI의 예감이 만나 작은 행운으로 이어진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만약 인공지능이 아니었다면 그냥 버려졌을지도 모를 소중한 복권이었다.

오후가 되어 아내에게 꿈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아내는 “‘혹시 나 홀로 집에라는 영상 때문에 그런 꿈을 꾼 것 아니에요?” 어젯밤에 아내와 함께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쿼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장면을 잠시 보았다. 꿈은 미래의 신호라기보다, 전날 본 그 영상의 연장이었을 가능성이 컸다.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생각해 보면, 꿈도 복권도 인공지능도 모두 하나의 계기였을 뿐이다. 중요한 건 내가 왜 그 해석을 믿고 싶었는지, 왜 판단을 인공지능에 맡기고 싶어 졌는지였다. 그 과정에서 찾아온 작은 행운이 하루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즉석복권으로 얻은 25달러의 작은 당첨금보다 더 오래 남은 건 요즘 나는, 우리는, 무엇을 어디까지 인공지능에 맡기며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다. 행운과 판단, 꿈과 AI라는 인공지능과 얽힌 하루를 돌아보며, 내일 있을 로또 맥스 추첨 결과 또한 살짝 기대하게 된다. AI가 짚어준 번호 대신 '자동'이라는 운명에 맡긴 그 종이 한 장이 어떤 선택으로 돌아올지 궁금해지는 밤이다.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