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겨울, 노인과 바다

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 만난 어느 '낭만 어부'의 뒷모습

by 김종섭

봄이 가까워진 듯한 기운에 이끌려 근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바닷가 인근 카페에서 아내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눈 뒤, 그 온기를 안고 해변으로 향했다. 하지만 바다는 여전히 겨울의 끝자락을 놓지 않은 듯, 매서운 바람이 뺨을 스쳐 갔다.


​바다를 끼고 걷던 산책길, 다리 밑으로 시선을 던진 순간 마법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카누를 닮은 작은 배 한 척이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배 위에는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 한 분이 앉아 계셨다.


​놀랍게도 어르신의 한 손에는 노가, 다른 한 손에는 하모니카가 들려 있었다. 파도를 가르는 노질 사이사이로 은은한 하모니카 선율이 바닷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서두름 없이 자신의 호흡에 맞춰 노를 젓는 그 뒷모습에서는 담담한 여유가 느껴졌다.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다.


​물론 오늘 만난 어르신은 소설 속 산티아고처럼 거대한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드넓은 바다라는 배경 앞에 홀로 선 여유, 그리고 그 낭만을 하모니카 선율로 즐길 줄 아는 멋스러운 뒷모습은 그 어떤 소설 속 주인공보다 강렬했다. 나는 그 풍경에 '2월의 노인과 바다'라는 이름을 조심스레 붙여보았다.


​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도 그분의 하모니카 소리는 오래도록 귓가에 머물렀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지만, 그 음은 분명 봄을 예고하는 전주곡처럼 느껴졌다.


현실판 '노인과 바다' - 선율과 노 젓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