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 만난 어느 '낭만 어부'의 뒷모습
봄이 가까워진 듯한 기운에 이끌려 근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바닷가 인근 카페에서 아내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눈 뒤, 그 온기를 안고 해변으로 향했다. 하지만 바다는 여전히 겨울의 끝자락을 놓지 않은 듯, 매서운 바람이 뺨을 스쳐 갔다.
바다를 끼고 걷던 산책길, 다리 밑으로 시선을 던진 순간 마법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카누를 닮은 작은 배 한 척이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배 위에는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 한 분이 앉아 계셨다.
놀랍게도 어르신의 한 손에는 노가, 다른 한 손에는 하모니카가 들려 있었다. 파도를 가르는 노질 사이사이로 은은한 하모니카 선율이 바닷바람을 타고 흘러왔다. 서두름 없이 자신의 호흡에 맞춰 노를 젓는 그 뒷모습에서는 담담한 여유가 느껴졌다.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다.
물론 오늘 만난 어르신은 소설 속 산티아고처럼 거대한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드넓은 바다라는 배경 앞에 홀로 선 여유, 그리고 그 낭만을 하모니카 선율로 즐길 줄 아는 멋스러운 뒷모습은 그 어떤 소설 속 주인공보다 강렬했다. 나는 그 풍경에 '2월의 노인과 바다'라는 이름을 조심스레 붙여보았다.
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도 그분의 하모니카 소리는 오래도록 귓가에 머물렀다. 아직 봄은 오지 않았지만, 그 음은 분명 봄을 예고하는 전주곡처럼 느껴졌다.
현실판 '노인과 바다' - 선율과 노 젓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