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는 공백을 깨고 다시 나가는 첫 출근길, 캐나다에서의 제2의 인생
정식적으로 사회활동을 마무리하고 은퇴 생활에 들어간 지 벌써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한국에서의 법정 정년 시기에 걸맞게 캐나다에서 직장을 그만두었다. 나름대로는 '할 만큼 하고 쉬는' 시기로 규정지었지만, 은퇴 이후 생활을 이어가며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마주할 때마다 아직은 물러나기에 이른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은 '퇴직'과 '은퇴'가 엄격히 구분되는 시대다. 퇴직은 사회가 정해놓은 직장 수명의 끝이지만, 요즘 시대의 진정한 은퇴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하는 무한한 개인의 선택 영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넘는 시간 동안, 다시 사회에 발을 들이고 싶다는 의욕은 넘쳤으나 마음 한구석엔 늘 '나이'라는 걸림돌이 걸려 있었다. "이 나이에 주변에 민폐가 되진 않을까", "나에게 맞는 일이 정말 있을까" 하는 소신 반, 걱정 반의 생활이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아들로부터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게 되었다고 일을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고민할 시간도 없이 기쁜 마음으로 흔쾌히 수락했다.
출근 하루 전인 오늘, 두 시간가량 전반적인 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왔다.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일이라지만, 마음 한편에는 예전 첫 출근 때와는 또 다른 결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무엇보다 주 4일, 총 40시간이 넘는 풀타임 근무라는 조건 앞에, 나이가 먹어 막상 다시 시작한다는 것만으로 이상하게 부담감이 먼저 앞서 왔다. 소일거리가 아닌, 다시금 삶의 전면에 나서는 진짜 '노동'이 시작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캐나다 역시 퇴직 후 다시 일을 찾기란 사실 제한적이다. 하지만 캐나다의 흥미로운 점은 기업들이 숙련된 고령 노동자들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주변 회사들을 보면 정년을 훌쩍 넘긴 직원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오랜 기간 몸담아온 이들의 노하우를 존중해 고용을 승계하는 문화 덕분이다. 어느 정도 능력만 있다면 '밀려나듯' 나가는 조기 퇴직은 이곳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다.
캐나다의 노후 설계는 점점 젊어지고 동시에 길어지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인들은 평균 30세부터 노후 계획을 시작해 61세경 은퇴를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는 고물가와 부채 부담으로 인해 은퇴가 65세 이후로 늦어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70세가 훨씬 넘어서까지 일을 놓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은, 이제 60대가 단순히 '쉬는 나이'가 아니라 저마다의 '새로운 속도를 찾는 나이'가 되었음을 말해준다.
재취업의 기쁨 중 하나는 캐나다 특유의 급여 체계에도 있다. 이곳은 보통 2주에 한 번 급여가 지급되는데, 한인들 사이에서는 이를 '금융보상'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 달을 꼬박 기다려야 하는 보상에 비해, 2주일마다 찾아오는 이 '금융보상'은 직장 생활에 한층 더 힘을 실어주는 은어처럼 통용된다. 2주마다 한 번씩 내가 여전히 사회에 필요한 존재임을 통장으로 확인받는 기분, 그것이 다시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한다.
내일이면 정식 첫 출근이다. 평생을 직장인으로 살아왔음에도 1년 이상의 공백 기간 탓인지 설레면서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혹여나 내 나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다. 하지만 이전의 직장생활과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이제는 치열한 경쟁이나 지속적으로 사회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보다는, '아직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구나'라는 감사함이 더 크다. 그 덕분에 오히려 평온한 마음으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