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마저도 바쁜 세상에 편입된 이유에서 일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 음식이라는 간편식을 즐겨 먹는다. 우리 내 고유의 전통 음식과도 같은 김밥 대신에 서양식 햄버거가 우리 식생활에 존재감 우위를 지켜가고 있다.
오늘은 아내가 다니는 성당 음식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미사 예절이 끝난 후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성모회( 여성 봉사모임 단체)에서 음식 세일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김밥 싸는 일은 생각보다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 많은 사람들 손길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내의 봉사활동 권유에 모처럼 오전 일찍 휴일의 시간을 반납하고 성당 내에 준비되어 있는 주방으로 향했다.
성당 건물 내 주방
성모회 회원들이 주방에서 재료 준비와 김밥 싸기에 분주하다. 주방에는 모두가 여성 회원이다. 남자들 사이에 여자가 한 명 끼여 있으면 홍일점(紅一點)이라 한다. 이와는 달리 여성들 사이에 남자 한 명이 끼여있을 경우에는 청일점 (靑一點)이라고 한다. 오늘 청일점의 신분으로 음식봉사 활동을 하게 되었다. 청일점이라는 고사성어 뜻과는 달리 노예. 짐꾼. 돌쇠. 왕따라는 해학이 담긴 뜻으로
표현하는 이도 있다.
홍일점은 남성들 사이에서 공주 대접 이상의 신분적 우월성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청일점은 여성이 할 수 없는 일, 힘을 써야 하는 일이 생겨날 경우도 생겨난다.
성별의 관계성을 가질 이유는 없겠지만 여성들만 모여 있는 환경이 익숙하지 않다. 의연하려 해도 서먹한 분위기가 연출되어 가는 느낌이다.
아내는 김밥을 랩에 포장하는 일을 분담해 주었다. 김밥의 형태는 옆구리 터진 김밥이 아닌 상태일 때 김밥으로서 제 구실의 낙점을 받게 된다. 다행히 옆구리 터진 김밥은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김밥 체중이 제각각이다. 옛말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이 있다. 말끔하게 김밥의 형태를 갖춘 김밥은 보기에도 정갈하고 맛있어 보인다. 어느 정도 김밥 싸는 숙련의 시간이 지나면서 김밥 싸는 실력은 향상되어갔다.
김밥은 흔히 분식점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음식 중에 하나이지만 집에서 김밥을 준비하는 과정은 번거롭고도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야 하나의 김밥이 만들어진다.
과거에는 김밥 하면 떠오르는 기념비적인 날이 있다. 소풍 때와 가을 운동회 때에는 약속이나 한 듯 대부분 어김없이 김밥의 원칙이 있을 정도로 김밥 도시락을 준비했다. 김밥은 친근하게 합창 시절의 추억을 함께 담아갔다.
오늘 김밥 이외에 따끈한 어묵과 국물. 만두. 오븐에갓 구워낸 군고구마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가지고 성당 내 교인들 점심 식탁에 올랐다. 올려진 음식을 보고. 느끼고 음미하면서 어쩌면, 어머니의 손길이 담긴 정성의 마음과 고국에 옛 추억의 향수를 먼저 찾아보지 않을까 싶다.
많은 교인들이 구내식당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이 주방 틈 사이로 비치어 보인다. 예전에 어머니도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시면서 지금 내가 흐뭇해하는 생각을 닮았을 것이다.
추억의 향수는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만으로 제한되어 있는 줄 알았다. 지금 와 생각하면 강하게 추억을 더듬어 갈 수 있는 것들 중에 우리가 옛날에
맛있게 즐겨 먹었던 음식의 향수가 더 짙고 강하게 기억의 창을 넓고 멀리 바라볼 수 있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늘 휴일은 무료한 시간이라 규정짓고 보낸 또 하루의 휴일은 무엇인가 휴식에 대한 기대 이상의 보상을 받으려는 기대 심리로 인해 무료하게 하루가 떠나갔던 것은 아닌가 싶다.
남을 위한 베푸는 정성이 크던 작던 깊이와 넓이의 수직 관계 계산방식은 아니다. 자발적으로 이익에 분분하지 않고 선행하는 이유만으로 행복을 찾는 이들이 하는 행동이 봉사활동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