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부터 분주함 없이 차분한 아침을 맞이했다. 길거리는 연휴의 휴일처럼 조용하다. 항상 기다렸다가 주차를 해야 하는 코스트코(Costco) 주차장마저도 빈자리가 넘쳐난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줄 서서 기다림은 늘 번거롭고 지루했던 시간이었다. 오늘은 기다림 없이 모든 것을 특혜를 입은 느낌이다. 한가했던 도심의 이유를 뒤늦게 알았다. 오늘이 홀리데이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한가한 주차장 분위기와는 달리 매장 안은 생각 이상으로 사뭇 분주하다.매장 입구를 들어서면 대형 TV와 핸드폰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뿐만 아니라 노트북까지 눈을 맞추다 보면 온통 낯익은 삼성제품과 엘지제품으로 가득 차 있다. 한국 전문 전자제품 매장을 옮겨 놓은 착각은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적당하다. 하지만, 코리아라는 국가이미지보다는 삼성. 엘지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먼저 생각하는 캐나다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한국기업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장내부에 진열된 무궁화(HARDY HIBISCUS)
매장 한쪽 부스에 무궁화 꽃이 단독 진열되어 있다. 진열대에 제품 식별 부호와 함께 꽃의 이름이 부착되어 있다. HARDY HIBISCUS라는 뜻을 찾아보았다. HARDY(척박한 환경에) 강한. 내한성의, HIBISCUS 하비스쿠스(무궁화 속(属)
에 속하며, 화려한 색의 큰 꽃이 피는 열대성 식물)이라는 뜻을 전하고 있었다. 무궁화 꽃이 확실하다.
여름철에는 화려하고 소담스럽게 피어나는 한해 살이 꽃을 비롯해 많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그 많은 꽃들 중에 무궁화 꽃이 화려한 옷을 갈아 입고 간택되어 매장 안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무궁화 꽃은 대한민국 국화(國化)이면서도 사실 국민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피어나는 꽃이기도 하다. 꽃이 피면 꽃 주위에 진딧물이 생겨나 꽃의 흠집이 되었다. 그것이 대중적인 꽃으로서 사랑받지 못한 이유는 아니었을까, 어쩌면 국화라는 이름만 무성한 꽃, 들꽃 같은 외로움을 닮았는지도 모른다.
캐나다 대형마트에 분명 무궁화 꽃이 피었다. 손님의 눈길이 꽃이라는 이름 앞에 멈추어 섰다. 꽃은 결국에 이방인의 손길에 이끌려 카트에 담겼다. 무궁화를 보는 순간 어떤 느낌이었을까, 삼성 엘지 제품이 처음 외국 매장에 진열되어 있던 상황을 목격했던 그때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한국인들에게 특별히 사랑받지 못하는 꽃이 이방인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것도 수많은 꽃의 이름마저 무시했다. 의아스럽다좀 더 즉흥적이고 솔직한 감정표현을 빌리자면 "신기하다"라고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