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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Sep 20. 2020

술을 담다

마시고 취하는 일


세상이 내 것 같은 잠깐의 착각분명 행복감이 넘쳐나는 여운이었다.

몽롱해지는 기분,
온몸이 자유를 얻은 느낌이다. 두발마저도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가려하는 이기심이 발동했다. 흩어진 머리끝 생각도 온통 내 것이 된 것 같았다. 천하를 얻은 기분이라면 제대로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한잔을 마시기 전에 딱 한잔 만이라는 약속을 했다, 한잔으로 끝나 버릴 양보의 미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속고 살았다.

어디까지 취기가 올라야 마셨던 술잔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흥이 솟구친다
낯선 타인처럼 굳어졌던 표정의 매듭은 한잔의 술로 조금 전 내 모습은 없었다. 마시는 일은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 마셔야 할 일과 취해서 행복을 담아두어야 하는 시간 이외에는 아무것도 필요치 않았다. 술잔을 들 때마다 이유가 붙었다. 기분 좋아 마시는 한잔의 술을 기억해 내었고,  외롭고 괴로워  마시는 한잔, 누군가와 화해가 필요해 술잔을 내밀어 가슴을 여는 술이 있었다.
 
밤새워 마시는 술은 끝까지 항복이 없었다. 술이 이기던 사람이 이기던 저항력이 반감의 홍역을 치른다. 마시고 마셔가다 보면 제정신이 아닐 때, 사람이 아닌 개가 되어간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마치 술병을 비워야 할 의무를 가진 사람처럼 사투를 벌인다. 결국은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표현으로 술에 손을 들어주게 된다.

항상 먹을 때의 기분과는 달리 술자리 뒤끝에 후유증이 남는다. 머리가 아파 오고 속이 쓰려온다. 해장국에 속을 달래도 보지만 여전히 고통스럽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 결심했던 어젯밤 고백은 하룻밤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취객의 포로가 되었다.

아직 담지 못한 고백이 술에 남아 있었던 것일까, 휘청거리는 도심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주체하기 힘든 비틀거림으로 술자리를 옮겨간다. 2차의 시작이다. 이쯤 되고 보면 쉽사리 끝나버릴 술판이 아니다.

술이 없는 밤은 없다. 술은 밤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마시고 기분 좋을 때 멈추어야 하는 의지가

아쉽다. 어젯 한순간의 꿈은 아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어젯밤의 일들을 기억해 내지 못했다.

코로나로 제한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시대는 뉴 노말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변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과 사람 간에 마음까지도 멀어져 가는 느낌을 받아가고 있다. 흔한 말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뜻이 지금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었을까,

그래서일까,
넘쳐나는 거리의 풍경. 휘청거리는 도심의 밤이 오늘따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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