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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Dec 16. 2020

나이의 무게감

시간 흐름의 세월의 덫이다

냉장고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음식물을 멍하니 주시하다가 결국엔 무엇을 가지러 왔는지 목적을 알아내지 못했다. 생각이 날 듯 말 듯 한 묘한 감정, 만취 상태 필름이 끊어진 기분과도 흡사했다. 필사적으로 생각을 더듬어 보았지만 끝내 기억을 찾아내지 못하고 냉장고 문을 떠났다.

"도대체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영혼 없는 혼잣말만 내 뺏었다.

"아이고~ 내 탓이야"

괜한 애꿎은 가슴만 두드린다.

"그래  나이 탓이겠지"

땅 꺼져라 연거푸 한숨만 내 쉰다.


주방에는 냄비가 달가닥 소리와 함께 수증기를 내뿜어된다. 분열된 라면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라면이 누릇누릇 익어가고 있었다. 젓가락을 이용하여 면발을 골고루 섞어 내려가는 순간,

"아뿔싸"

냉장고 속에서 기억해 내지 못한 진범을 찾아냈다. 바로 계란이었다.


요즘 들 일상의 시간이 짧다는 느낌을 가지고 간다. 아마도 나이가 먹어간다는 긴장감이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언제부턴가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모습이 궁금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의식하는 이목도 번거롭다는 뻔뻔한 생각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옷을 입어도 맵시보다는 헐렁하고 편한 옷에 먼저 눈길을 주었다. 젊었을 때에는 착용감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남이 보기에 멋있어 보이면 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때는 옷이 날개를 달아준다는 신뢰감이 있었.


사진을 찍고 포샵을 하더라도 얼굴 전체  수정 범위가 넓어 감당할 수 없는 나이, 결국은 나이와 모습을 감출 수 없는 중장년이라는 커다란 꼬리표가 가슴에 새겨진 나이가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기억까지도 자리를 찾지 못하는 일이 오늘처럼 종종 생겨나기 시작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어느 가수의 노랫말이 문득 떠오른다.

"저 노래 뽕짝 아니야"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노래를 듣고 소화하기엔 소음에 불과했었다.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들만 늘어가는데 무슨 얼어먹을 사랑하는 나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머리를 휘젓는다. 인정해야 함에도 인정할 수 없는 자존심의 바락이다.

과거에는 사소한 것마저도 기억에 올려놓고 기념비적인 추억을 쌓아 올렸다. 당시의 행적은 이미 충분한 보상이 있었기에 과거라는 집착의 관계를 버리고 현실에 만족을 느껴가야 하는 상황임에도 허황되게 추억만을 움켜쥐고 떠나보내지 못할 때가 있다.


평범했던 일상의 오늘,건망증으로 인해  나이라는 무게감을 들추어내고 말았다. 세월의 흔적을 잊고 살아가는 일은 나이라는 체중의 무게를 줄여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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