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무더위는 침묵하지 않았다.유례없이 밴쿠버의 여름은 40도 이상 이상기후가 넘나드는 살인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여름내 힘겹게 이겨낸 무더위 때문일까, 바다를 보는 순간 여름내 담고 있던 묵은 체증이 씻기어 나가는 느낌이다.
하루일정을 가지고 업무차 섬을 찾았다.흐려진 날씨에도 바다는 잔잔했다. 코로나로 바다까지도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파도의 움직임도 없이 바다는 잔잔했다, 거대한 바다는 배를 포옹하고 항해의 자유를 내주었다. 아직도 여름휴가철이 끝나지 않은 시간임에도 페리호 객실은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다.
여행객이 승선하기 전에 차량 행렬이 먼저 페리호 화물칸을 향해 이동 하기 시작했다. 차량이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 마치 차곡히 쌓여가는 상자의 움직임을 닮았다. 코로나로 한때는 객실 승선이 금지되어 목적지가 있는 항구 도착전까지는 타고 온 차 안에서 기다려야 했던 엄격한이전의 방역수칙과는 달리백신 접종률 보급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면서 방역 수칙이 대폭 완화된 분위기이다.승무원들은 차 안에 머무는 것을 삼가고 여객실로 탑승할 것을 권유하고 나섰다.
늘 바다는 그래 왔다, 모든 이의 꿈의 이상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하늘은 바다를 한꺼번에 품어 서로의 심장부가 맞닿은느낌이다. 손을 뻗어 한 줌의 구름을 움켜쥘 것 같은 마음이 출렁인다. 몸은 날개가 달린 착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가볍게 하늘을 날 것만 같은 마음이 바다를닮아가고 있다.
이미 출항 길을 알려 온지도 십여분이 흘렀다. 거대한 배의 움직임은아직도 출항 전 제자리에 멈춰 정박해 있는 듯 한 느낌으로 순항하고 있다.
배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작은 마을이 바다를 품고 있다. 바다의 풍경을 안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상의 행복 가치를 느껴갈지도 모른다. 바다의 중심에 선 지금 태양의 움직임마저곧 다가올가을을 이겨내지 못하는 느낌이다. 가을을느껴가는 성급함일 것이다.
바다의 짠맛과 함께불어오는바람의 움직임이은은하게코끝을 자극한다. 바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내음이내 고향 바닷가와 닮아있다. 바다에 누워 바람과 구름의 호위를 받아 자유로운 날개를 얻어 가고 싶어 진다.
선상에서 바람의 날개를 단 느낌이다. 두 팔을 펼치면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 것만 같다. 바람의크기와 무게가 무직해졌다. 쓰고 있던 모자를 꾹 눌러썼다. 움직임 없이 우두커니 서 있어도 눈은벌써부터 저 거대한 바다를 한꺼번에 담았다. 바다는 누구에게나 평범했다. 바다에 서면 마음이 평온해 온다. 바람 한 점에도 바다는 또한 관대했기때문일 것이다.
카페테리아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선상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에는 자유라는 여유의 향기가 묻어 있다. 건너편 부스에는 기념품을 비롯한 각종 의류품이 손님을 유혹한다.
한 시간 반 동안 바다는 지루함 없이 이야기가 있는 아쉬움의 이별을 남겨 주었다. 나는 또다시 아스팔트 위에 섰다. 바다와는 달리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