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작은 늘 그래 왔다. 새가 울고 산과 들판에 꽃이피면 당연히 봄이 왔다는 기억만을 안고 의심 없이 봄을 기다려고 또 맞이해 왔다. 4월 초순인데 아직도 바깥공기가 차갑다. 예년 같으면 온화한 햇살의 움직임과 함께봄을맞이했을 시간에 영원히 겨울 속에 멈추어서 있는 것은 아닐까, 봄의지각변동마저우리에게 혼돈의 시간을 가져다주는것 혹시,코로나바이러스때문은 아닐까, 의심을 돌려본다. 아니겠지, 어쩌다 늦어진 계절적인 게으름일것이다.
봄의시작한편에 설렘이있었고꿈과 희망을 담아가는 낯설지 않은 계절이라는 포근함이 있었다.
울창한 숲 사이로 곧게 뻗은 웅장한 나무는팔방미인을 닮았고, 하늘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나뭇가지는힘없이 이끼에게 삶의 터전을 내어주었다. 보이는 것이 전부인 양 하늘을 호령하는 나무 끝만 올려다 보고 나는 환호했다. 나뭇가지의 고통은 고통의 번뇌가 아니라 공생의 법칙에 순응해나가려는자연의 지혜였을지도 모른다는생각으로 자신을꾸짖어 본다.
"산은 산이여. 물은물이다"라는 말처럼산이기 때문에 산으로서의 느낌을 받아 드리고 포용하면 될 텐데오늘은 생각이 깊었나 보다.
완만한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좌측경계선을 중심으로 길게 펼쳐진 계곡이 그림자처럼걸음의 보폭을 따라잡는다. 보고 느끼는 눈의 호사만으로 지친 심신과 몸이 자유를 얻었다.
갑작스럽게검은 구름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 봄이 오는 길목 비바람의 숨통 사이로 겨울의 모습이 쏟아져 내려앉는다. 간헐적인 눈이 내리기시작한 것이다.우측 야영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바리케이드가 굳게 내려져있다.COVID-19로 인해야영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끝내는 자연의 영역마저 아사가 버린 느낌이다.
"준우 아빠!코로나 바이러스 말인데요 혹시 지구를 잠시 정화시키려고 찾아온 것 아닐까요, 온갖 매연과 쓰레기로 지구가 홍역을 겪고 있는데 쉬어야 할 시간도 필요하고..."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왠지 설득력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산을 어느 정도 올라왔을까,
돌탑과 돌무덤중간 정도를닮아 있는형태의형상을 목격할 수가 있다. 무속신앙에서나 접목시켜 그 의미를 부여했었던 우리의 전통문화로만 인식했는데 여전히 국경 초월한 내세의 바람이 이국땅에도 놓여 있었다.
뿌리가뽑힌 채로쓰러져 있는 나무를 흔하게 목격할 수가 있다. 깊숙이 뿌리내리지못한 나무의 일생은 결국 비바람에 이겨내지 못하고 고사( 枯死)된 사연이다.
고목나무
나무로써의 생명력을 잃은 지 오랜 되었다. 밑동은 묵묵히 기나긴 세월의 흔적 앞에 묻혀 말문이 닫혀 있다. 지구가 생겨난 이후 세월의 크기를 가눔 할 수 있는 평가의 잣대 일지도 모른다.
멀리서 바라본 시선은 곰의 형상으로 착각했다.
선득했다. 눈앞에서 나무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긴장되어있던 마음에 평온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잠시 곰의 형체로 착각했던 물체의 주인공은계곡 물에 씻겨 내려온 나뭇가지에지나지 않았다.
주차장을 떠난 지 40분가량 지난 시간이다. 물소리가 거칠게 들려왔다. 작은폭포의호령이다.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장엄했다. 녹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에메랄드(Emerald) 빛 물결의흐름이 이채로웠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하산하는 길목에는 먹구름이 거치고 하늘 사이로 온화한 햇살이 비집고 내려왔다. 봄의 하늘보다 짙은 청명한 가을 하늘을 닮았다. 아직닮아 있는 봄을찾지 못했을까, 진통의 시간만큼 기다림의바람 끝에 담아 갈 수 있는 미소의 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