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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Oct 08. 2021

해외에서 닭똥집이 그리운 날

비 오는 날 이유가 없더라도 술 한잔이 그립다

비가 오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 아련한 추억 속에 그리운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일부 있을 것이고. 우산 없이 비를 맞아 보겠다고 감성을 토해 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국 정서를 빌리자면 대부분 파전에 동동주를 연상하지 않을까. 물론 얼큰한 탕 종류도 빼놓을 수 없는 비 오는 날 술안주로 제격이다.


시월은 낙엽이 붉게 물들고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이기도 하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시월 비는 모두가 감성 비다. 빗줄기의 흐름을 타고 문밖을 나서 보지만 비 오는 날의 풍경은 한국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비가 오면 괜스레 감성이 보태어져 시린 시월을 가슴으로 품어간다. 시월이 되면 한국 날씨와는 달리 밴쿠버는 길고도 긴 우기철로 접어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수시로 비가 많이 내려 밴쿠버는 레인쿠버(Rain couver)라는 애칭을 얻었다. 한주의 일기 예보에는 일주일 내내 비 소식이 들어.


밴쿠버의 밤은 우리가 꿈꾸었던 밤의 풍경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불나방 같은 밤거리도 술잔 부딪치고 흥청 되는 모습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가끔은 이국에서 불나방 같은 밤의 이탈을 꿈꾸어 보지만, 어디든 예외 없이 코로나 시대의 제한된 삶은 더욱더 절제된 밤 문화에 갇혀 있다.


술이란 항상 이유 없는 이유일지라도 이유가 늘 분명했다. 기쁘거나 기분 나빠 한잔, 외롭고 슬프서 한잔. 안주거리가 될만한 것이 있어도 술을 불렀다. 이처럼 어떤 것이든 이유를 달면 한잔의 의미가 되어갔다.


아내와 골프 연습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은 또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 오랜만에 팝에 들려 윙에 맥주 한잔 마시고 갈까"

왠지 술 한잔 하고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말문을 열었다.

 "윙보다는 오랜만에 닭똥집 괜찮지 않아요"

아내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닭똥집 이야기를 꺼냈다. 그동안 잠시 잊고 있던 닭똥집을 꺼내 드니 순간 귀가 솔깃해진다.

"맞다!. 닭똥집이 있었지" 

우리는 곧바로 마트로 향했다.


캐네디언들은 닭을 손질하고 남은 닭똥집이나 닭발을 식재료에서 포함시키지 않고 그동안 버려 왔었다. 언제부턴가 동양인들이 즐겨 먹는 식재료라는 것을 인식하고 난 이후부터 유일하게 현지인 대형 마트인 노프릴즈(Nofrills)라는 곳에서 냉동된 닭똥집 팩을 판매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가끔 마트에 들려 닭똥집으로 특별한 술안주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냉동된 닭 똥집 CHICKEN GlZZARDS이곳에서는 닭 모래주머니라는 명칭을 붙어 있다.

예전에는  팩에  2불 정도면 살 수 있었던 가격이 3불 이상으로 가격이 올라 있었다. 두 팩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팩은 냉동실에 보관하고 남은 한팩을 손질했다. 우선 닭똥집이라는 느낌 때문에 깨끗이 씻어야 한다 것을 늘 생각 속에 염두에 두고 있었다. 때론 닭똥집이라는 표현보다는 모래집이라는 표현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명칭도 달리 해보았지만 아무래도 원래대로 일상에서 불러지는 닭똥집이라는 말이 더 친근감 있게 다가섰다. 


닭똥집을 깨끗하게 물에 씻어낸 후 4분의 1 정도의 크기로 잘라내고 표면 전체가 잘 익을 수 있도록 두터운 위는 칼집내주었다. 냄새 제거를 위해 후추와 맛술을 넣고 후라이팬에서 어느 정도 수분이 빼고 식용유를 사용하여 닭똥집이 꼬들꼬들할 때까지 볶아낸 미리 준비 해 놓았던 양념고추장과 함께 양파와 버섯. 호박. 숙주나물. 당근 등과 같은 야채를 섞어 살짝 볶아 낸다. 물론 닭똥집에 들어가는 야채는 집에 보관되어 있는 식재료활용하여 자신의 취향에 맞게 요리하면 된다. 여기서 닭똥집을 요리할 때 경험한 팩트가 하나 있다. 미리부터 야채를 넣고 닭똥집과 같이 볶아내면 야채에서 생겨나는 수분으로 인해 닭똥집의 특유의 꼬들꼬들하고 오독오독한 맛을 느껴갈 수 없다. 닭똥집 본래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닭똥집과 야채를 따로 볶아낸 후 같이 곁들여 먹는 방법이 좋다.

닭똥집

6시가 채 되지도 않은 저녁시간 벌써부터 어둠이 짙게 다가온다. 방금 전 볶아낸 닭똥집과 함께 술 한잔의 의미를 단순하게 담아 놓았다. 누군가의 그리움보다, 어떤 이의 비 오는 날 술잔 부딪침의 사랑이 아닌, 안주가 한잔의 술을 불러준 의미를 담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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