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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Aug 09. 2022

캐나다에는 84세 할머니가 버스 운전을 하신다

은퇴 없이 버스 운전을 하는 할머니를 만났다.

"쉬!! 누구한테도 비밀입니다"

성당에는 차가 없으신 노인분들을 위해 주일미사가 있는 일요일 오전 한차례 전세 버스를 운행한다. 버스 탑승객 대부분이 연로하신 노인분들이다. 그분들은 개인이 소유한 차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연로한 탓에 운전에 대한 자신감 내지는 두려움 때문에 자가운전보다는 성당에서 운행하고 있는 전세 버스를 이용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요일마다 한차례 성당에서 운행하는 전세 버스

매주 일요일에 운행되는 성당 전세버스는 항상 오전 10시 10분경에 정확히 성당에 도착을 다. 버스에서 내리시는 한 분 한  버스 계단을 힘겹게 밟고 내려오셨다. 신자들이 버스에서 하차하는 관경을 가끔 지켜보기는 했지만, 버스를 운전하고 온 기사가 누군지는  주시해 본 적이 없었다. 버스기사라 함은 평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아저씨 인상을 가진 분 정도가 일반적인 대중 버스 운전기일 것이라는 생각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차에서 탑승객이 전부 내리고 난 잠시 후, 마지막으로 팔순 이상 정도 지긋해 보이는 외국인 할머니가 지팡이에 의존해서 차에서 힘겹게 내리셨다. 할머니는 성당으로 들어가지 않으시고 그늘진 파고라 쪽으로 가서 앉으셨다. 할머니가 내린 버스 안에는 운전기사 정도는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생각 했는데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 마지막으로 내린 분은 할머니뿐이 안 계셨는데 설할머니가 운전자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전혀 의심을 품지 않았다. 운전자가 사라져 버린 미스터리한 상황에서 갑자기 할머니의 정체가 궁금해져 오시작했다. 할머니가 운전기사가 아니라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기대감 없이 할머니에게 물어보았다.

"할머니 혹시 저기 주차되어 있는 버스 운전기사님이 맞으세요"

"예, 제가 저기 주차해 놓은 노란  버스 운전기사가 맞는데요"

예상을 뒤엎는 답변이 돌아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능성을 열어 두지 못한 판단에 순간, 머리가 멍해 왔다. 찰나의 순간이라 했던가. 그 사이에 할머니는 묻지도 않은 자신의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름은 Ursula, 한국의 이름이 아닌 이유도 있었겠지만 흔히 들어보던 친근한 이름은 아니었다. 지금 상황에서 이름에 앞서 나이에 관한 정보가 제일 궁금한 부분이다. 할머니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1938년생으로 올해 84세라고 하셨다. 어느 정도 연세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연로하셨다는 것은 뜻밖이었다. 일반적으로 일할 나이도 아닌 상황에서 운전, 그것도 소형도 아닌 영업용  대형 버스 운전을 한다는 것이 좀처럼 납득이 가질 않았다.

 "쉬! 이야기는 누구한테도 말하시면 안 돼요" 할머니는 웃으시면서 주위에는 나이를 비밀로 해달라고 하셨다.

Ursula라는 이름을 가지신 84세의 버스 운전 기사인 할머니님으로부터 사진 촬영에 관한 허락을 받고 지면에 사진을 공개한다.

할머니의 고국은 당연히 캐나다일 것이라는 추측카지도 빗나갔다. 할머니의 출생 국가는 독일이라고 하다. 서독, 동독에 장벽이 설치되던 1960년도, 아버지는 그해 동독군의 습격에 총을 맞고 불운한 죽음을 당하셨다고 한다. 지금의 할머니는 어머님과 함께 캐나다로 망명을 하셨고, 현재 할머니에게는 65세의 딸이 하나 있다는 소개까지 덧붙이셨다. 버스 운행은 연세에 비해 생각했던 것보다 뒤늦게 운전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셨다고 한다.  버스 운전을 시작한 지 올해로 15년을 맞이한다고 하셨다.

"할머니 혹시 렇게 큰 대형버스를 운전하시기에 무섭거나 힘들지는 않으세요"

할머니의 대답은 상상 이상이었다. 운전대만 잡으면 항상 가슴이 설렌다고 말씀하셨다. 일찍이 일선에서 은퇴하고도 남을 연세에 가슴이 설렌다는 말을 듣는 순간, 거대한 신선 몰이 충격이 몰려왔다.


운전면허 갱신을 위한 적성검사에도 무리 없이 통과하셨다고 한다. 단지, 왼쪽 다리가 불편해서 운전할 때에는 오른발을 대신해야 하는 번거로운 핸디캡을 가지고는 있지만 운전하는 데에는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시지 못하신다고 한다.


84세라는 나이 때문일까. 쉴 새 없이 할머니의 사소한 일상의 부분까지도 궁금증해 가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운행 횟수와 수입이 우선 궁금해 왔다. 방학기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주 6일을 일을 한다고 한다. 

본업인 스쿨버스 운행 5일, 나머지 하루는 성당 전세버스 운행이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풀타임 시간을 초과해서 일을 하시고 계셨다.


정부에서 노령 연금도 지원받는다고 한다. 사실상 버스 운행으로 벌어드리는 수입보다는 아직까지 캐나다 사회에서 나이에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 무엇보다 제일 큰 기쁨이고 행복이라고 단언하셨다.

밴취에서  한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고 곧 있을 운행 시간 때문에 지팡이를 짚고 운행할 버스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겨갔다.

이야기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할머니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두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 할머니는 이유도 묻지 않으시고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사실적이고도 교훈적인 것들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소중하게 얻어냈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에 대한 열정과 감동이 그것이었다.

할머니는 운전하는 모습과는 달리 차에 올라타시는 모습이 많이 힘겨워 보이셨다.

캐나다 사회에서는 능력만 있으면 나이에 구분 없이 자유롭게 일을 할 수가 있다. 운전뿐 아니라 다른 직종에서도 칠순이 훨씬 넘어 보이는 노인분들의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지만, 오늘처럼 대형 버스를 운행하고 있으신  팔순이 넘은 할머니 운전기사는 처음이다.

할머니는  운전석에 능숙하게 앉으셨다.

할머니가 버스로 돌아가 버스 운전석에 앉으셨다. 우리가 백세 인생이 시대를 알리면서 인생은 60부터라는 말로 나이를 위로했다. 오늘 만난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 시작의 나이라는 의미는 조건 없이 무의미해 보였다.


우리는 연로하신 분들이 손수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라도 유발하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숱한 질타가 쏟아져 내린다. 면허증 반납이라는 혹독한 댓글이 가장 많은 의견을 제시해 왔다. 캐나다 사회는 나이에 관계없이 능력을 우선으로 채워가고 인정해 주는 사회가 미리부터 정착해 왔기 때문에 지금의 할머니도 일이 가능했던 것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할머니 존경스럽습니다. 그리고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사세요


■ 오마이뉴스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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