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이 입원을 하셨다. 올해 92세노령이고 보면 병원 출입이 낯설지는 않을 시기에 당면했다. 장모님은오래전부터심장병(관상동맥질환)증세를안고 살아오셨다. 하지만,응급실을 갈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연결된 상황은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없었다. 노령인 탓일까, 작년부터호흡 장애로 응급실과 입원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이번에도갑작스러운 호흡장애로 인해새벽에 응급실을 찾았다. 당분간병원에서 조직 정밀 검사 진행을 위해 의사는 입원 결정을 내렸다. 응급환자로 내원할 경우 항상 병실을 확보하지 못하고 응급실에서 병실을 대신해야 하는불편함이 늘 병원마다 환경 조건이 만족하지 못했다. 다행히 응급실에서이틀째 되던 날 퇴원자가 생겨나 병실로 옮겨 갈 수가 있었다.
캐나다의 의료 시설은 한국에 비해 비교적열약한 상태이다. 일단, 병원과 병상. 의료인인력이 부족하다. 수술뿐 아니라 간단한 치료가 필요할 경우에도치료를 위한 대기시간이 아닌 대기 날짜가생각보다 길다. 빠르게는 한 달 내외, 길게는 일 년 이상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고보면 언제부턴가 너무 익숙한 환경이 되어버렸다. 항변할 이유도 없이 그저 묻어가듯, 성급한 마음을 내려놓듯. 체념하듯, 낯설지 않은 대기 순번이다. 환경에어쩔 수 없이 순응하는 단계를 거쳐야 이민자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급하다고 하여 돈으로 해결되는 급행료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좋은 점도 나쁜 점만큼은 아니지만 존재했다. 병원 내에서이루어지는 어떤 의료시술도개인이부담해야할 비용이발생하지않았다. 수술을비롯한 장기 입원을 할 경우에도 국가부담,전액 무료이다.의료 형태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무료라는 인식만으로"캐나다가 선진국이기때문에무엇인가다르다"라는 후한 점수까지 얹어주었다. 물론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으로 입원 기간이 연장되거나 변경되는 선택권은 존재하지 않았다.퇴원할 때에는 의사의약 처방이 주어진다. 약은 가까운 약국에서 처방을 해야 한다. 약값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료 진료라는 장점도 있지만, 응급실을 제외한 진료는1차적으로 패밀리 닥터의 소견을 거쳐야 한다. 좀 더 전문적인 치료나 수술이 요구된다고 판단할 경우 각 분야의 스페셜 닥터의 진료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협조를 요청한다. 스페셜 닥터는패밀리 닥터가 보내온 소견서를 가지고 다시 진료에 들어간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나 수술을 할 것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물론 당일에 이루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병에 위중 상태 또는스페셜 닥터의 스케줄에 따라 날짜를 통보받게 된다.어느 정도 빠르고 느린지가 환자로서는 관건이긴하지만 대부분 예상했던 비슷한 기간의 날짜에 진료라는 기회를 얻어낸다. 사실, 느린 의료체계는 기다려야 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심장병동 1인실 병실
7층에 마련된 병동은 생각 이상으로넓고 깨끗했다. 부산하고 시끄러울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병실로 옮겨갔지만 모든 병동이 차분하고조용했다. 1인실 병실은 특정인이나 특별히 돈을 더 지불해야 하는 1인 1실이 아니었다. 7층의 병실은심장 전문 병동으로 전체가 1일 병실로 운영되고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아프거나 갑자기 치료를 해야 할 부분이 생겨날 때가 있다. 한국의 의료체계는 대부분 당일 처리라는 근거를 두고 진료와 치료까지 한꺼번에 이루어져 간다. 혹시, 한국 의료 시스템으로 접근한 기대치는 오히려 환자나 보호자가 이상할 수도 있다.긴급히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도 생명에 별다른 지장이 초래되지 않는 한, 수술 시간까지는 많은 날을 대기 순번을 놓고 기다려야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병원에 가야 할 횟수가 점차적으로늘어나고 있다. 물론 병원뿐 아니라 먹어야 할 약도 세월 가는 만큼이나 가짓수도 허망할 정도로늘어만 간다.
팬더믹 이후 지구촌 문이 열리면서 많은 교민들이 한국 방문을 하고 있다.상당 부분 몸에 불편했던 치료를 받고 돌아온다. 교민들은 한국의 빠른 진료 시스템을 알고는 있지만 막상 치료를 받고 새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에 입국 공항을 빠져나오는 순간 마치 촌사람이 서울에 상경한 느낌이라고 말들을 한다. 오랜만에 방문이라 적응되지 않은 환경, 도심의 복잡함도 있겠지만,어리둥절함과 함께 자신이 촌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고 말들을 한다. 한때는많은 사람들이 캐나다로 유학과 이민을 꿈꾸어왔었다.
젊었을 때에는 건강보다는 꿈을 먼저 담아갔다. 사실 젊었을 때에는 아플 일이 별로 생겨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에 대해 불편해하거나 고민하지 않았다. 이민 1세대가 요즘 들어 병원 진료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것이 노년에 살아가는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그들은 몇 년 전부터 이미 노령화 시대에 선택 없이 진입을 하였다. 또한 사람의 수명이 연장되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건강을 목표로두고 살아간다. 하지만. 사실 살다 보면 아파보지 않고 건강을 챙겨가는 일은 누구나 예외 없이게으르다. 건강했던 몸이 언제부턴가 건강을 잃어가는 것을 경험할 때,병원의 존재는 생명과도 같다는 존재감을 얻어갔다.
개인적으로도몸이노쇠되어가고있음을 실감한다. 치아부터 시작하여, 사소한 건강 문제까지 건강에확신도가 날로 떨어져 가고 있다. 아플 때 신속하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바람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캐나다의 의료체계이다. 무조건 기다려야 하는 인내가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병문안을 마치고 병실을 빠져나오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건강은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주입식으로 자주 들어오던건강 캠페인 용어이다. 사실 아파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건강은 어쩌면 사치스러운 일상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