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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Jan 12. 2024

추억의 막국수

막국수 말 그대로 막 만들어낸 국수의 뜻이 맞을까?

겨울 날씨 답지 않게 눈이 와야 할 계절에 눈 대신 비와의 전쟁이 계속 이어져 가고 있다. 정상적인 밴쿠버 겨울 날씨인셈이다. 오늘은 모처럼 비가 멈춘 대지위에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 금방이라도 눈이 올듯한 날씨를 예감했다. 아내는 몇 시간 전 눈이 온다는 일기 예보를 접했는데 갑자기 다소 흐림으로 바뀌었다고 변덕스러운 날씨를 믿을 수 없다고 한다. 그동안 살아온 일명 짬밥의 기운으로 미루어 보아 눈이 올듯한 날씨가 분명하다. 아내는 눈이 올 날씨는 아니라 고집한다.  "눈이 온다. 안 온다"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아내는 내기에 제목을 붙여야 하지 않겠냐고 한다. 결국 100불 내기를 걸었다. 실상 이겨가족돈은 쌈짓돈이라 치열한 경쟁심 같은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점심때가 다가오는 시간이다. 창 밖에는 소리 없이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아내와 순간, 눈을 마주쳤다. 승복하는 눈치이다. 눈이 온다고에 적중했다. 아마도, 세월을  좀 더 가진 연륜의 성과쯤은 아닌가 싶다. 핸드폰 날씨 정보는 눈이 내리고 있음에도 여전히 맑음이다. 날씨의 변덕에 정보 또한 한계점에 도달한 듯하다.


비가 내리는 날엔, 얼큰한 국물이 딸린 탕을 생각해 냈다. 눈 오는 날에는 비 오는 날과는 달리 로맨틱했던 젊은 날을 회상하게 된다. 먼저 눈 내리는 날에는 누구나 연령에 관계됨 없이 그윽하게 정감이 흐르는 창 넓은 카페를 생각해 냈다. 눈은 나이와는 불문이다. 누구나 동심으로 돌아갔다.


언제부턴가 이유도 변명도 없이 세월이라는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로맨틱했던 감정이라는 부분이 세월에 묻힌 듯하다. 창 넓은 카페가 아닌, 갑자기 막국수를 생각해 내는 이유만으로도 설득력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어느 겨울에 애절함이 얽힌 막국수의 추억이 있었던  또한 아니다.


아내에게 벌금 대신 막국수를 만들어 먹자고 말했지만, 먼저 생각해 낸 사람의 몫이라, 자발적으로 막국수 요리를 하기로 했다. 우선, 레시피 정보를 얻어내어 막국수를 짧은 시간 안에 완성을 시켜 놓았다.

창가에는 눈이 내리고, 오랜만에 묻어 있던 추억이 흐른다. 막국수, 사실 식당 가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긴 하지만, 해외에서는 자유로운 선택이 주어지지 않았기에 가정 내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더욱 의미가 다. 욕심 같아서는 막국수와 함께 계절적으로 어울리는 시원한 동치미라도 있으면 하는 욕심을 잠시 가져보았다.


일부러 맛을 찾아 입맛에 맞게 사냥하는 미식가도 아니다. 어떤 음식이든 맛에는 여운이 남아 있다. 즉 옛날에 맛보았던 짙은 맛의 추억이 고스란히 내재되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맛을 찾기보다는 추억 속에 맛을 올려놓고 추억을 그려가는 것을 좋아한다.


막국수는 요리의 단계에서 형식을 갖추지 않은 그냥 마음 가는 데로 만든 일명 "막"만들어낸 국수는 아닐까, 막 국수의  마지막 자존심의 위해  정보를 찾아냈다. 생각했던 것과는 의외 상황이었다. "막"이라는 금방, 바로.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이젠 막국수를 먹으러 굳이 식당을 찾을 필요가 없겠다."

아내는 그 말에 어이상실한 표정을 짓는다. 전에 자장면을 만들어 먹을 때에도 굳이 중화요릿집까지 찾아갈 이유가 있겠냐고 맛의 소감을 남긴 적이 있다. 이 정도라면 남편은 앞으로 무엇이든 집에서 만들어 낸 음식에 만족하고, 식당과의 거리까지도 앞으로 줄여 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음식은 맛이 우선이 되어가는 것이 사명감 같은 것이긴 하지만, 이전에 먹었던 맛을 음미해 갈 수 있는  맛이 진정한 또 다른 맛을 느껴가는 매력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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